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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탄원서 제출 부적절… 피해자에게 명백한 2차 가해＂

'갑질' 행위 근절을 총괄하는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전현희 위원장이 갑질로 징계를 받게 된 권익위 고위 간부를 위해 탄원서를 써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갑질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권익위 A 국장은 2018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한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며 부하 직원 9명에게 자신의 대학원 과제물을 작성하고, 번역을 대신 하도록 지시했다. 코로나로 대학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리 출석까지 시켰다.

이 사실이 2020년 8월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전 위원장은 권익위의 감사 부서에 A 국장의 혐의에 대한 감사를 하게 했다. A 국장의 갑질 혐의가 확인되자 전 위원장은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구했고, A 국장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A 국장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다.

그런데 전 위원장은 A 국장이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이 억울하니 탄원서를 써 달라'고 부탁하자 2021년 초 탄원서에 직접 서명해 소청심사위에 제출했다. 자신이 감사를 지시해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심의 기관에 중징계까지 요구한 직원에 대해, 다시 그 직원의 징계를 덜어주기 위한 탄원서를 써준 것이다. 소청심사위는 전 위원장을 비롯해 A 국장의 동료와 선·후배 직원들이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정직 2개월로 줄여줬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A 국장에게 탄원서를 써줬느냐'는 질문을 받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가해자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는 탄원서를 소청심사위에 제출한 것은,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한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 보기 어렵고, 명백히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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