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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잠재 기억이 내 아이와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혼을 크게 내고 나서 '아차' 싶을 때가 있다. 나도 내 아이를 가르치면서 '옛날에 아빠에게 들었던 얘기와 어쩜 이리 똑같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가 바로 부모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 지배를 받는 때다. 부모의 분노나 심술은 아이들 눈에 그대로 보인다. 아무리 그럴듯한 교훈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자녀들과 행복한 관계를 위해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잠재 기억은 우리 기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잠재 기억은 의식에 떠오르지 않은 채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억이다. 하지만 부모는 잠재 기억의 영향을 줄이고 현재 경험 속에서 판단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잠재 기억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을까? 새로운 배움으로 과거 경험을 대치(代置)하는 방법은 세 단계가 있다.

우선 현실을 나의 경험으로 바꾼다. 꽃이 피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경험을 해야 바뀐다. 꽃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향기를 맡고 꽃잎을 만지며 '꽃의 아름다움'을 경험해야 뇌를 바꿀 수 있다. 모든 긍정적인 것에 시선을 주고, 의식적으로 경험하자.

다음은 심화 단계다. 경험을 음미하면서 더 집중한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쳐다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집중한다. 내 아이와 놀 때 아이만을 생각하고 바라보자. 휴대폰을 닫고 아이와의 놀이에 집중해서 함께 놀자. 그때 느끼는 기쁨과 따뜻함이 나에게 얼마나 큰 상이고 복인지 떠올리자. 마지막으로 일상의 좋은 경험이 어린 시절 겪었던 나의 고통을 덜어주고 지워준다고 상상한다.

긍정적인 경험을 하며 그전의 부정적인 경험을 바꿀 수 있다. 나를 지지해주는 따뜻한 사람과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가 되는 것은 힘든 기억이 안심, 격려, 따스함으로 덮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경험을 음미하는 것은 우리를 치유한다. 그리고 부모가 치유되면, 자녀들도 행복해 진다. 기고자 :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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