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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제소 하루만에 자국 거래소까지… 전방위 규제 박차

미국 금융 당국이 자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6일(현지 시각) "코인베이스는 규제 기관에 등록하지 않고 감독을 회피하면서 미등록 증권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5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와 창업자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제소한 뒤 하루 만에 미국인이 창업하고, 나스닥에 상장된 자국 기업을 상대로도 칼을 빼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제소는 가상화폐 사업을 일부 규제하거나 범법자 일부를 겨냥한 과거 규제 움직임과 다르다"며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인베이스 주가는 12% 하락했다.

◇SEC 의장 "가상화폐, 필요 없어"

이날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트위터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마구잡이 가상화폐 시장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코인베이스는 관련 법을 따르지 않고 투자자들을 사기·조작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전통 금융 시장에서 뉴욕 증권거래소가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일을 본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해외 가상화폐거래소 대부분이 심판 격인 거래소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파생상품 투자·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는 실태를 비판한 것이다. 작년 11월 대형 거래소 FTX 파산도 무리한 파생상품 운용에서 비롯됐다. 겐슬러 의장은 "달러·유로·위안화 모두 디지털화돼 있고, 추가적인 디지털 화폐는 필요하지 않다"며 가상화폐 존재 자체가 필요 없다고도 했다.

SEC의 코인베이스 제소의 핵심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SEC는 코인베이스에서 사고팔 수 있는 13개 가상화폐를 '가상자산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코인베이스가 2019년부터 이런 증권성 가상화폐 취급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 공개 의무를 회피하면서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자산은 주식처럼 투자자들을 위해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선 이런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 정부들, 코인을 증권으로 간주 움직임

SEC는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해 강력한 규제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SEC는 현재까지 76개 코인을 증권이라고 판단했다. 이 중 37개 코인에 대해선 SEC가 아예 사기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이 중 상당수가 시장에서 철수했고, 16개 코인은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증권성 코인 리스트에서는 제외돼 있다. 하지만 시가 총액 30조원이 넘는 가상화폐 '리플'의 증권성 여부를 다투는 미국 법원 판결이 하반기 나올 예정이다. 만약 리플도 증권성이 있다는 판례가 나온다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강도는 훨씬 강력해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유럽연합에서도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 시장 전반을 관리하는 규제법 '미카'가 통과됐는데, 가상화폐에 대해 증권에 준하는 수준으로 정보 공개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 골자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17년 가상통화 정부 합동 대책기구에서 '가상화폐는 금융통화상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면서 가상화폐의 증권성은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루나·테라 사건의 주범 격인 신현성·권도형, 가상화폐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국회의원에 대한 처벌 근거도 빈약한 상황이다. 2017년 처음 발의된 가상 자산 관련법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픽] 글로벌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 및 국가별 제재 기고자 :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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