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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국제심사위원상 수상
영화 '말 없는 소녀' 콤 베어리드 감독

생애 처음 사랑받았을 때의 기분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이 영화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다정함이 어쩐지 낯설고 불편한 한 소녀의 몽글몽글해진 마음을 오롯이 체험하게 한다.

영화 '말 없는 소녀'는 북적이는 대가족 틈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었던 어린 소녀 '코오트'가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아일랜드 소설 '맡겨진 소녀'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대상인 국제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 공개돼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달 말 한국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콤 베어리드(42·작은 사진) 감독은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유에 대해 "보통 영화에선 조숙하거나 발랄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데, 코오트는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인공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동영상보다는 사진처럼 조각조각 저장되곤 한다. 영화는 코오트의 눈에 비친 이미지들로 아이가 느낀 감정을 전달한다. 베어리드 감독은 "예를 들어 아빠의 차에 낯선 여자가 탔을 때, 코오트는 어쩐지 수상한 느낌과 함께 뒷좌석에 앉아서 본 여자의 분홍색 귀걸이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이가 감정적 동요를 느낀 순간에 포착한 이미지들을 영화 전체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려 했다"고 했다.

맡겨진 첫날 밤 오줌을 쌀 만큼 경계심 많고 소심했던 아이는 먼 친척인 아저씨와 아줌마의 따뜻한 배려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사랑받을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난다. 베어리드 감독은 "코오트에게 일어나는 근본적인 변화는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봐주는 어른을 만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 아이는 단단한 토대를 갖추고 그 위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되죠."

'말 없는 소녀'는 그의 첫 장편영화로 그 전까진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인내심을 배웠다"고 했다.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했죠. '말 없는 소녀'에서도 극적인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캐릭터가 드러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어요."

베어리드 감독은 영화 속의 고요를 통해 "경청의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종종 우리는 너무 많이 말하고 충분히 듣지 않잖아요. 이 영화는 주의 깊게 누군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영화입니다. 경청은 주변의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고자 :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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