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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참사 후 7개월… 일부 활기

지난 2일 오후 9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편의 '세계음식거리' 골목. 가게들 바깥에 놓인 야외 테이블과 의자에 40여 명이 앉아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골목 초입에선 인근 가게 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호객을 했고, 클럽과 술집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복장을 하고 골목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핼러윈 참사가 일어나고 7개월 뒤, 사고 현장인 이태원 거리는 조금씩 상권이 회복되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거리에서 가게는 이른 오후부터 영업 준비로 분주했고,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가게를 가득 채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2시, 해밀톤호텔 인근의 한 술집 사장 A(42)씨는 테이블 30여 개를 분주하게 닦고 있었다. 그는 "요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 오후 3시부터 하던 영업 준비를 2시간 앞당겨 오후 1시부터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인근의 다른 술집에는 20대 손님 10여 명이 자리 잡고 술을 마셨다.

지난 2~3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만난 이들은 예전처럼 이태원을 즐기기 위해 이 거리를 찾았다. 서울 성북구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온 배모(24)씨는 "핼러윈 참사 현장을 한 번은 찾아가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작년 8월 이후로 다시 이태원에 왔다"며 "아무래도 참사가 있었던 곳이니 분위기가 괜찮을지 걱정도 됐는데 많이 회복한 것 같아서 다행이고, 온 김에 점심과 저녁 모두 먹고 돌아갈 생각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핼러윈 참사의 기억이 모두 잊힌 건 아니었다. 60대 부모님과 함께 온 박모(32)씨는 "핼러윈 참사 직후에는 폴리스라인 등이 있어서 올 엄두가 나지 않아, 이제야 참사 현장에 와보게 됐다"며 "사고 현장을 직접 보고 생각도 하고, 이곳에서 식사도 하고 간다"고 했다.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추모 공간에는 시민 대여섯 명이 있었다. 이들은 "여기서 100명이 넘게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는 직접 추모 글을 써 붙이기도 했다.

KB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 상권의 지난 4월 매출은 핼러윈 참사 직전이었던 작년 10월 셋째 주 대비 76.8%까지 회복됐다. 지난 5월 둘째 주는 참사 이전의 87.4%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부터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상권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골목에 전시하기도 하고, 플리마켓이나 각종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태원 상인 중에선 "아직 완전히 웃음을 되찾지 못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예전의 70% 수준 정도 회복된 거 같다"고 했다. 이태원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박모(58)씨는 "참사 직후보다는 이태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 위주로 손님이 많지 다른 가게들은 여전히 힘들다"고 했다. 기고자 : 양승수 기자 안준현 기자 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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