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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끝낸 조선업계 호황기 돌입

5일 국내 증시에서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5% 넘게 급등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4~5% 올랐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 3사가 10여 년 만에 도래한 글로벌 조선 업황 '수퍼 사이클'에 올라타며 재도약하고 있다. 한국 조선은 2010년대 초부터 계속된 '수주 절벽'과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로 장기 침체 늪에 빠졌다. 숙련된 기술자들은 회사를 떠났고, 회사는 만성 적자에 허덕였다. 하지만 최근 LNG(액화천연가스)·메탄올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 수주와 함께 부활하고 있다. 업계에선 카타르가 추가 발주하는 12조원 규모 LNG 운반선 수주전에서 국내 조선 3사의 진검 승부가 재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거리 기근 끝나자 일할 사람 없어

한화오션은 밀려드는 일감 덕에 잔업과 야근을 늘리고 있다. 7~9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3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마덱스)'에 참가해 최신 기술을 탑재한 수상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맞서 HD한국조선해양도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함정 모형을 방위산업전에서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해상 부유식 액화 설비(FLNG)' 차세대 모델 개발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정제한 다음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해양 플랜트다.

하지만 호황기에도 조선사들은 구인난을 고민하는 지경이다. 앞으로 3~4년 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정작 일할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장기 불황과 코로나 탓에 전문 인력들이 반도체 공사 현장 등으로 빠져나간 탓인데, 조선사들은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출 목표 달성 시 기준 임금의 300% 성과금 지급에 합의한 한화오션은 대우조선 시절 없던 생산수당 도입도 검토 중이다. 직책에 따른 보직수당과 유류비 지원을 신설하고, 고정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직원 대상 임금 개편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4월 전(全) 직군 채용에 이어 6월에도 추가 채용을 진행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작년 200여 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그 이상으로 연중 상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월부터 경력직 추천 제도를 확대했다. 직원이 이전 직장 동료, 선후배 중 경력 2년 인사를 추천해 최종 입사하면 추천한 직원에게 100만원 인센티브를 준다. 22분기 만에 올해 1분기 흑자 전환한 삼성중공업도 내부 사기 진작에 힘을 쏟고 있다. 수주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작년 목표달성장려금(TAI)이 7년 만에 지급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첫 사장단 인사 때 최성안(부회장) 삼성중공업 대표가 발탁되며 그룹 내 '중공업 홀대론'도 지우고 있다.

◇조선 3사 각자 기술 강점으로 선별 수주

조선 3사는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연구 개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에 '기술 초격차'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독일 HD유럽연구센터를 거점으로 EU(유럽연합) 14개 기관과 수소화물창 개발에 나섰다. 올해 1분기 R&D에 작년 동기보다 50% 늘어난 259억원을 투자했다. 판교 글로벌R& D센터(GRC)를 중심으로 미래선박연구랩 개발 인력도 추가 채용한다.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분야 1위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은 시장점유율 80%인 FLNG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지난달 납기 단축이 가능한 차세대 FLNG 모델을 공개했고, 신형 화물창을 장착한 LNG 운반선도 선보였다.

한화그룹의 2조원 유상증자를 포함해 체질 개선에 나선 한화오션도 강점을 지닌 군함 등 특수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캐나다와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잠수함 도입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3사가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 10년 불황 끝에 재도약하는 조선 3사 기고자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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