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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지구촌 홍수 '비상'

여름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세계 곳곳이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은 2일부터 사흘 동안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했고, 열차 운행도 대거 중단됐다. 태풍 '마와르'가 일본 열도의 남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면서 일본의 태평양 연안 지역에 큰비가 내린 것이다. 시즈오카현의 하마마쓰시 구마지역에는 지난 2일 하루 동안 492.5㎜가 쏟아졌다. 미에현 도바지역과 아이치현 도요하시도 49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도쿄에도 2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217.5㎜의 비가 내렸다. 아이치현에서 차량이 물에 잠기면서 60대 남성이 사망했고 시즈오카현에서는 산사태에 깔린 주택에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바라키현에서는 4일 1120가구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 갇혀 있던 주민 85명이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에서 습한 공기가 대거 유입돼 장마 전선이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 '바이우(梅雨·장마)'를 공식 선언했는데, 평년보다 일주일쯤 빠르다.

호주도 폭우가 쏟아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서부의 대도시 퍼스에서는 4일 밤(현지 시각)부터 다음 날까지 시간당 66㎜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가와 쇼핑센터 등 곳곳이 침수됐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튀르키예도 물 폭탄 피해를 입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3일 오전(현지 시각) 수도 앙카라에 내리기 시작한 비가 시간이 지나며 폭우와 우박으로 변했고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겼다. 튀르키예 기상청은 27개 지역에 폭우 경보를 발령했다.

5일 우리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 우리나라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는 한 해 강수량의 30%가 6~7월 장마철에 집중된다. 장마만 견디면 극단적 강수로 인한 물난리는 드물었다. 그러나 작년 서울을 잠기게 했던 시간당 141.5㎜의 집중 호우는 장마가 끝난 8월 찾아왔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기존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일본·호주·튀르키예의 폭우에서 보듯 전 세계적 현상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대규모 홍수·가뭄을 매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열대 동태평양 감시 구역의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가 발생해 한국 등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기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는 '수퍼 엘니뇨'가 발생할 경우 폭우와 함께 무더위가 동반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하반기 '수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다. 이 중 1972년, 1982년, 1997년, 2015년은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게 나타나면서 '매우 강한' 것으로 기록됐다. 2015년 엘니뇨 당시 우리나라는 11~12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고, 강수의 빈도와 양도 더 많았다.

최근 우리나라는 장마철과 무관하게 극단적 강수 현상이 빈번하다. 비 피해는 장마가 아니라 집중호우가 만든다. 사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양 이상의 많은 비가 단시간에 쏟아지면 물난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올해는 중부보다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작년까지 3년간 이어진 '라니냐'가 우리나라 전역에 가뭄과 홍수라는 극단적 강수 현상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그 반대 현상인 '엘니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쪽에 저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면서 '바람 통로'가 형성된다. 이를 통해 많은 수증기가 들어오면 남부 지방 강수량이 증가한다. 중부 지방도 '게릴라성 폭우'를 겪을 수 있다. 이미 일본 부근에선 우리나라를 덥고 습하게 만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벌써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작년 8월 서울 등 수도권에는 '정체 전선'이 상공에 머물며 폭포 같은 비를 쏟아부었다. 이 정체 전선은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은 형태라 하루 최대 380㎜의 '물 폭탄'을 떨어뜨렸다. 하루 만에 한 달 치 비가 온 것이다. 1973년 이후 국내 집중호우 발생 일수도 10년에 0.16일씩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수도권에 극단적 호우 등이 예상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송출하기로 했다.

[그래픽] 5일 기준 한반도 주변 기상도

[그래픽] 지난해 여름 수도권 강타한 기록적 폭우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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