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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서 보훈부 관할로 변경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이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시민 공간으로 바뀐다. 서울현충원은 인근 주민과 추모객이 꾸준히 찾는 공간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드나들기 쉽게 입구부터 개조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보훈부는 5일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현충원 재창조'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에 찾은 서울현충원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한강대교 남단을 잇는 왕복 8차선 도로에 정문이 가로막히고 외곽은 산으로 둘러싸여 '도심 속 섬'과 같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동작역은 입구에서 680m 떨어져 있었다. 서울현충원 앞을 지나던 하모(58)씨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이 현충원에 가는 장면들을 TV로 봐서 그런지 일반 시민은 들어가기 어렵고, 유족들만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며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라 드나들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서울현충원은 1년 365일 개방돼 있지만, 입구가 군 시설처럼 돼 있다 보니 시민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장소로 인식된다"며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365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접근성을 낮추려고 한다"고 했다. 미 알링턴 국립묘지는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문화 공간으로서 많은 미국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강 공원과 서울현충원을 잇는 지하 연결 통로를 만드는 안이 거론된다. 이 연결 통로로는 사람뿐 아니라 자전거도 드나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보훈부는 "시민들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통로인 한강 공원을 통해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서울현충원에 가도록 접근을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정문 앞에는 미 알링턴 국립묘지의 '꺼지지 않는 불'과 같은 상징물도 만들 계획이다. 알링턴 국립묘지를 벤치마킹해 호국 영령을 모시는 의장대의 24시간 상주도 검토 중이다. 서울현충원 내 유휴 부지와 건물을 활용해 공연장 등 문화 공간도 만든다. 호국 영웅을 찾아가는 코스나 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호국보훈의 달인 이번 달에는 서울현충원 잔디광장에서 각종 문화 행사도 연다. 오는 10일과 15일에는 '돗자리 영화제' '클래식 음악회'가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시민들이 잔디밭에도 누워보고, 서울현충원을 생활 속 공간으로 익숙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며 "서울현충원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크게 낮아지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보훈부는 서울현충원의 미래 운용 방안을 묻는 대국민 설문조사도 실시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국민 여론조사를 토대로 건축, 조경, 인문, 철학, 행정 전문가들이 모여 서울현충원의 청사진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보훈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관의 서울현충원 관련 설명회도 계획 중이다.

지난 2020년 이후 서울현충원 방문객 수는 늘어나고 있다. 서울현충원에 따르면 2020년 방문객은 102만166명이었지만 2022년엔 173만5078명으로 늘었다.

보훈부는 이날 국가보훈처에서 정식 격상됐다.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지 62년 만이다. 기존 국방부 소관이었던 서울현충원도 보훈부로 담당이 바뀌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보훈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보훈이 국가의 정신적 근간이자 문화로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알링턴 국립묘지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1864년 세워진 국립묘지. 미 남북전쟁, 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 전쟁 등 참전 용사 22만5000명이 안장돼 있다. 연간 방문객은 30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묘지 중 하나다. 기고자 :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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