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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 식품 기업들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란 예상 못 한 악재를 만났다. 반한(反韓) 감정이 '위험 수위'를 넘으면서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통관이 금지됐고,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는 생산 정지 조치까지 받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7년 농심의 현지 매출도 13.5%나 고꾸라졌고 26억원 적자를 냈다. CJ제일제당 역시 2017년 매출 16조원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한 7700억원 정도를 내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은 탈출구는 미 대륙 시장이었다.

중국 인구는 2021년 기준 14억2589만명. 북미와 남미 인구는 합치면 10억명 정도다. 중국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1만1880달러지만 미국은 7만930달러, 캐나다는 4만8310달러다.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 쿠가몽가에 위치한 농심의 LA 제2공장. 약 2만6800㎡(8100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 라인이 쉴 새 없이 돌며 매분(分)마다 라면 1100개를 쏟아낸다. 바로 인근 제1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면까지 합치면 분당 2600개씩 라면이 쏟아져 나온다. 1년엔 대략 8억5000만개다.

K푸드는 이제 미 대륙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월드 푸드'다. 'K푸드의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여겨졌던 미 대륙에 우리 기업들이 물량 공세를 하고 덩치를 키워 시장을 뚫은 결과다. 이젠 미국 대도시는 말할 것 없고, 알래스카, 요세미티 국립공원, 멕시코 과달라하라·몬테레이, 브라질 사우바도르·산투스까지, 북미·남미 곳곳에서 K푸드 제품을 사는 것이 어렵지 않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 하나(Hana). 섬 동쪽 끝에 위치해 원주민 1500여 명만이 거주하는 외딴곳이다. 지난달 트레킹 여행을 하던 정모(35)씨는 이곳 20㎡(약 6평) 정도 되는 식료품점에서 CJ제일제당 '비비고'의 곡물 즉석밥 제품을 샀다고 했다. 정씨는 "이젠 미국 어떤 외딴곳에 와도 K푸드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농심은 2020년엔 미국 캐나다 판매 법인을 세웠고 작년 4월 미국 LA에서 제2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2005년 제1공장을 지은 지 17년 만에 생산 라인 3개를 늘려 생산량을 약 70% 늘린 것이다. 올해 1분기 농심아메리카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73.3%. 해외 사업소 평균(41.8%)보다도 월등히 높다.

농심 라면은 이제 한국 영화 '기생충' 같은 K콘텐츠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2021년 제작한 미국 드라마 '조용한 희망'에선 주인공 마거릿 퀄리가 매일 신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이 나왔다. 덕분에 작년 신라면은 출시 36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외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올해 농심 1분기 미국법인의 매출은 1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억원(40.1%)이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4억원 상승한 180억원이었다.

CJ제일제당도 2017년 브라질 단백질 소재 기업 셀렉타를 인수하고 이듬해 미국 냉동 식품 2위 업체 슈완스를 사들이면서 미주 지역 공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4년쯤 지나니 성과가 드러났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 점유율 1위다. 25년 넘게 미국에서 점유율 1위였던 일본 아지노모토가 만든 중국식 만두 '링링'을 2021년에 밀어냈다.

미국 캔자스주(州)의 CJ제일제당 자회사 슈완스의 공장은 최근 축구장 12개 크기로 확장했다. 물량을 늘려 전미 지역 월마트와 코스트코에 공급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이곳에서 생산하는 냉동 피자 '레드배런'은 미국 전역 냉동 피자 시장에서 2등을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 19.4%다. '비비고'와 미국 슈완스 성과로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 연매출은 5조원을 넘겼다. 미국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45% 급증했다. 기고자 :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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