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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140) 섬진강 재첩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발행일 : 2023.05.31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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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이른 새벽이면 아지매들 외침으로 하루가 시작되곤 했었다. 1970년대 부산 풍경이다. 재첩은 낙동강 하류와 김해, 명지, 하단 등에 서식하는 새조개를 말한다. 시내에만 400여 명의 재첩국 아지매들이 있었다. 통금이 해제되기가 무섭게 하단 선착장에는 새조개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 이제 그곳에는 재첩도 아지매도 없다. 구포시장에만 섬진강 재첩이 자리를 잡고 있다. 토박이는 떠나고 굴러온 돌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첩은 광양과 하동의 섬진강에서 채취한다. 재첩 서식의 3대 조건으로 모래, 민물, 염도를 꼽는다. 우선 모래가 없으면 유생(幼生)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다. 여기에 바닷물이 섞인 하구역(河口域·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지역)이라야 한다. 이제 섬진강이 마지막 보루다. 이곳 재첩잡이는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지정되었고,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다.

    낙동강에서 어머니가 끓여주던 재첩국을 먹고 자란 베이비붐 세대는 섬진강 재첩으로 어머니와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섬진강 자락에 살았던 탓에 재첩국을 심심찮게 먹었다. 그때 어머니가 끓여주던 국은 재첩된장국이었다. 솥에 재첩을 가득 넣고 부족하면 다슬기를 넣기도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끓여준 재첩된장국에 밥 한술 말아 후루룩 마시고 새벽같이 소를 끌고 나가시곤 했다. 재첩은 숙취와 해독에 좋아 '입추 전 재첩은 간장약'이라는 말도 있다. 입원 환자에게 보양식으로 선물하기도 했다. 일본까지 수출이 되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왔다가 찾기도 했다.

    재첩은 다 자라도 어른 손톱 남짓하다. 지금은 하동이나 광양에 맑은 재첩국에 부추를 넣고 파는 집이 있다. 재첩 한 알을 입에 넣기 위해 수십 차례 모래와 흙을 씻어내야 하고, 하루 정도는 해감을 해야 한다. 심지어 삶아서 조갯살을 건져 다시 헹구기를 수차례 해야 밥상에 올릴 수 있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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