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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철의 스포트S라이트] 핸드볼 8연패 두산 윤경신 감독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발행일 : 2023.05.31 / 스포츠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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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하는 동안은 네 몸이 아니라 생각하라"

    만약 농구공을 쥐었더라면 '국보급 센터'였던 서장훈(49)을 능가하는 한국 농구 대들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배구 코트에 섰다면 호쾌한 스파이크로 강만수·장윤창 계보를 잇는 거포가 됐을 수도 있다.

    203cm 큰 키에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윤경신(50)은 중학생 때부터 다른 구기 종목의 열띤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핸드볼 외길 인생을 택했다. '초등학교부터 했는데,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경희대 졸업 후 1996년 독일 핸드볼 리그(분데스리가)에 진출, 최다 득점상을 7번 받았다. 독일에 있을 때 별명은 '토레아(Torea)'. 골을 뜻하는 독일어 '토르(Tor)'와 '코리아'를 합친 말이다. 독일에서 37세까지 뛰며 2905골(406경기)을 기록, 역대 최다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그 명성은 국내 복귀 후에도 바래지 않았다. 2013년부터 두산 감독을 맡아 핸드볼 코리아리그 10시즌 동안 9번, 최근 8연속 우승 위업을 이뤘다. 그는 "올해 우승이 가장 힘들었다. 지난해 우승 멤버 중 7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은퇴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렵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타도 두산'을 외치던 다른 팀들이 올해는 우리를 무시하길래 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지도자 역량은 위기 때 빛난다. 과거 우승은 주로 "선수들이 워낙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윤 감독 설 자리는 넓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윤 감독에게 더 중요했다. 그 공백은 훈련으로 메웠다. 통상 시즌 중에는 훈련 강도를 느슨하게 하는 것과 달리 윤 감독은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매일 오전·오후 2시간씩 훈련을 빼놓지 않았다.

    "훈련 시간만큼은 네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라"면서 선수들을 다그쳤다. 혹독한 훈련 덕분일까. 후보와 주전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연습 선수 신분으로 입단한 김민규가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공격 기회를 만드는 피봇을 맡아 기대 이상 활약을 펼쳤고, 김지운·이준희 등 20대 초반 젊은 세대도 제 몫을 다했다. 두산은 예상을 깨고 올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인천도시공사에 첫판을 내줬으나 2·3차전을 잡고 2승 1패로 기어이 통합 챔피언이 됐다.

    "제가 독일에서 15년 넘게 뛰면서 감독을 16명인가, 17명인가 겪었어요. 그들이 어떻게 성공하고 왜 실패했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혔어요. 두산에서 그 다양한 전술을 상대팀에 맞게 펼쳐냈죠. 선수들이 경기 때마다 전술이 다 다른데, 그거 익히느라 고생 많이 했을 겁니다." 그는 "선수들이 아마 나를 정말 싫어했을 것"이라며 "우승 헹가래를 한 다음 바닥에 내려놓고 은근히 나를 짓밟더라"면서 웃었다.

    윤경신 감독의 다음 목표는 한국 남자 핸드볼 명예 회복이다. 남자 핸드볼은 2012년 런던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2024년 파리 티켓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 돈으로 북유럽 선수들을 사들여 성적을 냈던 중동 국가들이 이젠 자국 선수들 기량까지 좋아져 더 이기기 어렵다. 그는 독일 핸드볼계 귀화 제의도 뿌리치고 끈질긴 협회 요청에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면서 "몸은 말을 안 듣는데 심장이 나를 태극 마크로 이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2015년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으나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하고 1년 만에 물러났다. 그는 "2~3년 정도 세대교체 시기로 잡고 운영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니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언젠가 다시 남자 핸드볼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본인 힘으로 실현하길 꿈꾸고 있다.
    기고자 : 강호철 스포츠부 선임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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