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여러 인종 살던 유년시절 뉴욕 아파트처럼… '다름' 공존하는 이야기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3.05.31 / 문화 A1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디즈니·픽사 첫 한국계 감독 피터 손
    내달 '엘리멘탈' 개봉 앞두고 내한
    "불·물·흙·공기 4원소가 사는 도시…이민 2세로 살아온 내 이야기 담겨"

    미국 뉴욕의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던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소년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길 바랐고, 어머니는 하라는 숙제는 않고 그림만 잔뜩 그려놓은 아들의 공책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소년은 화학 수업 시간, 원소들이 가득한 네모난 주기율표를 보면서 엉뚱한 상상을 했다.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우리 동네 아파트 같네."

    디즈니·픽사의 첫 한국계 감독 피터 손(45)의 신작 '엘리멘탈'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영화의 배경은 불과 물, 공기, 흙 4원소가 모여 사는 '엘리멘트 시티'. 도시는 흘러다닐 수 있는 물 종족에 맞춰 지어졌고, 자칫하면 주변을 태워버릴 수 있는 불 종족은 다리 건너 외딴 동네에 모여 산다. 아버지의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는 불 '앰버'는 지하실 수도관에서 튀어나온 물 '웨이드'와 점점 가까워지면서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다음 달 14일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피터 손 감독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손 감독은 2000년 픽사에 애니메이터로 입사해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에 참여했고, 2015년 '굿 다이노'로 감독에 데뷔했다.

    원소들의 특성을 이용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공기 종족의 비행기는 사람이 내리면 쭈그러들었다가, 우르르 탑승하면 부풀어오른다. 스포츠 경기장에선 물 종족끼리 모여 화려한 '파도타기' 응원을 펼친다.

    이 모든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보통 작품의 두 배에 달하는 50명 이상의 시각 효과 아티스트가 투입됐다. 손 감독과 함께 내한한 이채연 3D 애니메이터는 "모든 원소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불 종족은 불 자체의 일렁이는 움직임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고요. '물' 종족은 물풍선을 참고했는데, 젤리나 탱탱볼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죠."

    주인공 앰버가 겪는 문화 간의 충돌, 부모의 희생에 대한 부채감 또한 손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이 반영됐다. 손 감독은 "1945년생인 어머니 역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당시엔 딸이라는 이유로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없었다"면서 "6·25 전쟁 땐 할머니가 막내아들만 챙기는 통에 어머니는 포탄 파편에 맞아 다리를 다치기도 하셨다"고 했다. "본인에겐 아픈 기억이라, 제가 같은 길을 걷길 바라지 않으셨던 거죠. 나중에 어머니가 그린 그림들을 보고 나서야 왜 그렇게 화를 내셨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앰버와 처음 만난 웨이드의 가족은 "어떻게 그렇게 우리말을 잘하느냐"고 묻는다. 이민 2세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 손 감독은 "편견에 부딪히는 순간엔 속상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앰버 역시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주는 웨이드를 만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죠."

    '불과 물이 결혼하면 아기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까'라는 질문에 손 감독은 유쾌하게 답했다. "글쎄요? 수증기 아기(Steam baby)가 태어날 수도 있겠네요!
    기고자 : 백수진 기자
    본문자수 : 157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