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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청룡봉사상] 仁賞 박국양·조태례 교수

    김승현 기자

    발행일 : 2023.05.31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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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심장 수술 430회… 아내도 봉사 활동

    "갈수록 의료 봉사를 함께 할 흉부외과 인력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여 아쉽죠. 그런데 이곳은 수술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진료 과목이 아니잖습니까."

    경찰청과 조선일보사가 운영하는 제 57회 청룡봉사상 인(仁)상 수상자 박국양(67) 가천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교수는 30일 연구실 건물 1층 로비에서 최근 젊은 의사들의 '필수 진료과' 기피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흉부외과, 내과, 소아과 등은 필수 진료과지만 최근 비인기과로 전락해 의사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공동 수상자인 아내 조태례(64)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겸임교수는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교수는 지난 1986년부터 38년간 흉부외과 의사로서 3000여 회 심장 수술을 했다. 그중 430회는 국내외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수술이었다. 아내 조 교수도 남편과 함께 의료 봉사 활동을 해왔다. 2014년부터는 노숙인·출소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푸른들가족공동체'를 설립해 농업 일자리 사업으로 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박 교수가 의료 봉사를 처음 접한 건 의대생 시절이었다고 한다. 의료 기관이 없는 지방을 누비며 진료 봉사를 했다. 박 교수는 "1986년 부천 세종병원에서 일하던 때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숨을 거둔 심장병 어린이들을 보며 평생 의료 봉사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후 지방의 시·군 보건소를 찾아다니며 심장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진료하고 증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서울로 데려와 수술했다. 새세대심장재단(현 한국심장재단) 등 민간 재단의 후원을 받았는데, 수술에 따른 인건비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전 국민에게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출산율도 낮아지면서, 박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환아가 많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박 교수는 "현지 선교사들의 요청으로 중국 옌볜이나 훈춘, 베트남과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에 주로 무료 수술 봉사를 다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자신이 치료한 가장 인상 깊은 환자로 1996년 '심실중격결손증'을 앓았던 중국 옌볜의 3살배기 남자아이를 꼽았다. 박 교수는 "어느 날 키가 큰 청년 한 명이 진료실을 찾아와 큰절을 했다"며 "알고 보니 3살이었던 아이가 스무 살이 되어 '그때 수술해 줘 건강해졌다'고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입술이 파랗고 숨이 차 제대로 걷지 못하던 아이들이 수술 후 병원을 두 발로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심장·폐를 동시 이식하고, 수혈 없는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한 심장 수술계의 권위자로 꼽힌다. "의사의 24시간은 환자용"이라는 그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개인 연락처를 알려주고 '불편하면 밤이든 새벽이든 언제든 전화하라'고 당부한다고 한다. 박 교수의 스마트폰에는 환자 실명과 병명이 적힌 연락처 수백 개가 있었다.

    그는 흉부외과와 같은 필수 진료과에 오는 후배 의료인들에 대한 애정도 컸다. 박 교수는 "단순히 의과대학을 많이 만든다고 흉부외과에 많이 오는 게 아니다"라며 "후배 의료인들도 돈이나 다른 요소보다 자기 직업의 사명감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정부에서도 동남아 등 해외의 우수한 의료 인력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거치면 필수 진료과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와 청룡봉사상 '인상'을 공동수상한 아내 조 교수는 2014년부터 운영 중인 '푸른들가족공동체'에서 노숙인들과 채소밭을 가꾸다가 손이 햇볕에 검게 탔다. 조 교수는 충남 당진에서 노숙인들과 생활하며 일주일에 한 번 대학원 강의가 있을 때만 서울로 올라온다고 했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공동체를 거쳐 간 이들이 30여 명 정도"라며 "그중 10명 정도가 마흔 살 이전 청년 노숙인이었는데 창창한 나이라 더 안타까웠다. 앞으로는 예술 치료나 가구 리폼 활동 등 젊은 층의 자활을 위한 일들을 더 많이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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