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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기차 급증의 그늘… 카센터 61%가 폐업(개업 5년내)

    제주=김경필 기자

    발행일 : 2023.05.31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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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車 정비업계 붕괴 현장 가보니

    제주시 한림읍에서 28년간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해온 홍대경(57)씨는 3년 전 '업종 전환'을 했다. 이제는 밭농사가 주업이고 농기계 수리가 부업이다. 홍씨는 밭일을 하다가 농기계를 고쳐 달라는 전화가 오면 정비소로 간다.

    직업을 바꾼 계기는 제주도에서 대폭 늘어난 '전기차'였다. 홍씨는 '카센터' 간판이 3년 전 태풍으로 떨어지자 그길로 자동차 수리업을 그만뒀다. 그는 "간판 달고 있으면 전기차가 와서 타이어에 공기나 공짜로 넣어 달라고 한다"며 "손님도, 매출도 한창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주도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왔을 때 관련 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보여주는 지역이다. 제주도의 전기차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운행되는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이 7.3%를 넘는다. 전국 평균인 1.4%의 5배 이상이다. 2012년부터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전기차 도입을 추진한 결과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기차 37만7000여 대 도입을 목표로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집에 충전 시설을 무상으로 설치해 주기도 했다. 2030년이면 전기차 비율이 86%를 넘을 전망이다.

    제주 카센터 업주 연합체인 제주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의 원대오(67) 이사장은 "전기차 관련 정비 기술을 배워두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고 했다. 정비사들은 전기차 정비 기술을 익혔지만 전기차가 기존 카센터로는 거의 오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다.

    전기차 부품 수는 내연기관 차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고장도 덜 난다. 복잡한 엔진 자리엔 단순한 전기 모터가 들어간다. 엔진오일을 자주 교환할 일도 없다. 모터나 배터리는 조금이라도 파손되면, 거액을 들여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전기차 소유주 입장에선 수리비가 거의 들지 않거나 수천만원을 써야 한다. 정비사들은 전기차의 정비 수요를 내연기관 차의 4분의 1쯤으로 느끼고 있다. 타이어나 전조등 교체 정도로는 정비소를 운영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결과 제주도에선 자동차 정비 산업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정비소 가운데 개업 5년 안에 폐업하는 경우가 61%에 달했다. 전국 자영업의 5년 내 폐업률 45%보다 16%포인트 높다. 남아 있는 정비소의 평균 매출도 2017년 5억5900만원에서 2021년 5억1000만원으로 4년 사이 4900만원(8.8%) 줄었다. 제주도 내 자동차 관련 학과 졸업생 중 정비사를 선택하는 사람은 10%를 밑돈다. 강태식 제주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이사장은 "매출이 감소하니 임금을 올리지 못하고 새 정비사도 없어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비 기술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 전기차 비율이 2030년 계획대로 86%대에 이르렀을 때 자동차 종합정비소(정비 공장) 매출은 올해 대비 82.6%, 전문정비소(카센터) 매출액은 40.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정비업 종사자들은 제주도가 정비소 전체 숫자를 관리하고 폐업과 업종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업계를 떠나려는 사람은 제때 정리할 수 있고, 남으려는 사람도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고태영(62)씨는 "전기차가 늘어나는 건 시대의 흐름이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정책으로 그 속도를 몇 배 높이고 우리에게 하루아침에 전기차 시대를 맞으라고 하는 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다른 정비소 업주는 "제주도에 꼬박꼬박 낸 세금이 (전기차 확대로) 내 목을 누르는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래픽] 제주도의 전기차, 정비소 종사자 추이
    기고자 : 제주=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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