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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이게 진짜 친환경인가요?

    송혜진 산업부 차장

    발행일 : 2023.05.30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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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유니폼을 입고 고객을 맞이합니다. 이달부터 임직원 1만1000명이 버려진 페트병 43만개를 재활용해서 만든 새 여름옷을 입을 테니까요."

    며칠 전 국내 한 백화점에서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받았다. 얼굴선이 고운 여성 직원이 새 유니폼에 모자, 앞치마까지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도 함께 왔다. 상큼한 비주얼이었다. 환경을 위해 버려진 페트병 43만개를 수거했다니 고생했을 것이고, 그 페트병으로 리사이클링 섬유를 만들어 옷을 지어 입히는 수고까지 했다니 나름 박수쳐줄 일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찜찜한 의문이 계속 맴돌았다. '그냥 기존 유니폼을 계속 입는 게 환경에 더 좋은 일 아냐?' '굳이 리사이클링 섬유로 새 옷을 지어 입히면서까지 에너지와 물자를 쓰고 기존 유니폼은 버리면 지구엔 더 나쁜 것 아닌가?'

    작년부터 멀쩡한 기존 유니폼 놔두고 친환경 소재로 전 직원 옷을 바꿨다는 곳이 사실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사실 이렇게 묻고 싶었다. "이거 정말 친환경 맞나요?"

    최근 한 친구가 미국 하와이에 놀러 가서 올린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볼 때도 비슷한 혼란을 느꼈다. 그는 요즘 하와이주(州)에선 바닷속 산호초 보호를 위해 반드시 '리프 세이프(reef safe·산호초에 유해하지 않다는 뜻)' 인증을 받은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게 돼 있다면서 다양한 '리프 세이프'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린 뒤 "소중한 지구!"라고 썼다. 바로 다음 사진은 그가 해변가 식당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먹는 장면이었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시킨 것 같은 테이블이 보였다. "남은 음식은 싸갔어?"라고 나중에 묻자 친구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다 버렸지! 미국은 분리수거도 잘 안 하고 봉투에 죄다 버리더라."

    친(親)환경, 필(必)환경. 이런 단어가 2023년을 사는 요즘엔 종종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함부로 의문을 품거나,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묻기 어려운 종교와도 같은 것 말이다.

    가령 카페에선 이제 음료를 주문하면서 일반 빨대를 달라고 말하기가 참 어려워졌다. 한 생물학자가 바다거북 코에 낀 플라스틱 조각을 힘겹게 빼내주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사람이 1억명도 넘는 시대니까. 다만 그럼에도 가끔은, 종이를 분해할 땐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온실효과가 큰 메탄가스가 발생할 뿐 아니라, 종이 빨대 대부분은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이 잘 안 된다는 걸 왜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종이 빨대를 씁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본 적은 있어도 '우리가 종이 빨대를 재활용하는 법까진 알 턱이 없습니다'라고 쓴 안내문은 본 기억이 없으니까.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월 맥도널드 감자튀김이 빨간 다회용기에 담긴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릴 때도 그랬다. 마크롱의 트위터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맥도널드 다회용기를 훔쳐가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솔직히 그 빨간 용기가 예뻐서 나도 갖고 싶었다. 그 바람에 일회용기를 쓸 때보다 다회용기를 세척·건조하는 데 탄소가 2.8배 더 든다는 유럽제지포장재연합(EPPA) 지적 같은 건 까맣게 잊었다.

    환경을 위한다는 명제 앞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세부 사항을 잘 묻지 않고 지나치고, 그 과정에서 진정 지구를 위하는 길은 놓치는 것 아닐까. 얼마 전 한 회사가 식목일에 직원 모두에게 나무 심기용 모종과 꽃 화분을 선물하려다가 수백만원이 넘게 든다는 사실을 알고, 그 돈을 대신 재소자 자녀들을 돌보는 시설에 기증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더불어 사는 지구를 진짜 아끼는 법에 대해 비로소 한 뼘 더 배운 기분이었다.
    기고자 : 송혜진 산업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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