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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대사 보물] 경기 광주시 독자 안창윤씨의 '80년대 신용카드' '현금서어비스 기입장'

    채민기 기자

    발행일 : 2023.05.30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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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올림픽 전후 대중화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받으려면 '기입장'에
    필요한 금액 직접 써 창구에 제출

    1980년대 사회 초년병 시절 어느 날, 경기 광주시 독자 안창윤(66)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다른 손님들이 뭔가를 내밀더니 돈을 내지 않고 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주인에게 물으니 신용카드라는 물건이라고 했다. 값을 후불로 치를 수 있다는 말에 안씨도 카드를 신청했다. 그땐 직장의 규모나 세금 납부 실적 같은 발급 조건이 까다로웠고 보증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심사를 통과한 안씨는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안씨는 소유자인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당시 카드와 '현금서어비스 기입장'〈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단기카드대출로 이름이 바뀐 현금서비스를 받으려면 기입장에 금액을 적어서 창구에 가져가야 했다고 한다. 안씨의 기입장에 적힌 첫 날짜는 1986년 12월27일이다. 안씨는 "월급날 퇴근길에 한 잔하면 봉투의 돈이 비었다"면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부족한 돈을 메꿨다"고 했다.

    한국 최초의 신용카드는 1978년 외환은행이 선보였다. 외교관이나 수출기업 임원 등 해외여행자가 대상이어서 일반인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87년에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되고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대기업 계열사가 신용카드업에 진출하면서 카드가 대중화됐다. 초창기 이용자인 안씨에게 신용카드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단서다.

    국내 민간 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에 5.6%였고 2008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급격한 확대 이면에 어두운 역사도 있었다. 정부는 IMF 외환 위기 직후 위축된 소비를 신용카드로 활성화하는 정책을 폈다. 1999년 현금서비스 월 이용한도를 폐지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했다. 길거리 가판대에서 카드를 발급해주던 풍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카드사들은 과열 경쟁 끝에 1억장이 넘는 카드를 발급했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결국 370만명을 넘는 신용불량자가 발생해 서민들의 이혼·자살·파산이 속출하고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카드사들의 부실로 이어지는 '카드 대란'이 발생했다.

    이런 진통 끝에 신용카드는 오늘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급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지급 수단 중 신용카드의 비율이 49.5%(금액 기준)로 절반에 달했다. 체크·직불카드(16.9%)와 현금(14.6%)이 뒤를 이었다. 카드가 대세가 되면서 이제는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이나 버스 노선도 등장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가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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