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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3선 성공… '21세기 술탄' 길 열었다

    김동현 기자 김나영 기자

    발행일 : 2023.05.30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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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대선 결선 투표서 승리… 79세까지 통치 '사실상 종신집권'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결선 투표 끝에 승리했다. 2003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총리 3선이고, 이번 대선 승리로 대통령도 3선이다.

    이날 저녁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인 최고선거위원회(YSK) 아흐멧 예네르 위원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를 득표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47.9%)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1·2위 후보끼리 결선 투표를 치른 결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5년 추가로 통치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현재 69세인 그는 74세인 2028년까지 최소 5년을 더 집권하게 됐다. 이미 총리로 11년, 대통령으로 9년을 집권한 데 더해 25년간 장기 집권이 가능해졌다.

    에르도안은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헌법을 바꾸고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해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총리 시절인 2007년 국회가 선출하는 7년 단임 대통령제를 5년 중임제로 바꿨다. 이후 총리 4연임을 금지한 당헌에 따라 2014년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 대통령이 됐다. 2017년에도 '셀프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고 중임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할 경우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듬해 개정 헌법에 따른 대선을 실시해 당선된 후, 이번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에르도안이 이번 임기 마지막 해인 2028년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79세인 2033년까지 30년간 집권도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상 종신 집권'이자 독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신들은 에르도안이 이번 3선 성공으로 '21세기 술탄(이슬람 제국의 최고 통치자)' 칭호를 확고히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독재자 낙인과 함께 5만명 이상의 튀르키예 국민들이 목숨을 잃은 지난 2월 튀르키예 대지진 대처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데는 연금 조기 수령, 가정용 가스와 학생 대상 인터넷 데이터 무상 공급 등 '현직 프리미엄'의 선심성 공약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약한 이미지의 야권 연합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 안보 문제에서 '국제적 리더'라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줬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튀르키예 건국(1923년 10월 29일) 100주년을 앞두고 대통령 3선에 성공한 에르도안은 튀르키예를 강력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했다. 에르도안은 대선 승리 선언 유세에서 "아무도 우리를 얕볼 수 없고, 아무도 우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에르도안 체제의 튀르키예는 서방의 최대 군사 동맹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도 가깝게 지내 '나토의 이단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5월 신청서를 낸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튀르키예가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의 최대 과제는 경제다. 그는 '이자 장사'를 멀리해야 한다는 이슬람적 신념을 앞세워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써야 한다는 중앙은행장을 3차례나 교체하면서 상식 밖의 경제 정책을 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중앙은행 통제를 통한 저금리 유지라는 기존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결선 투표를 앞두고 "선거 후에 확인해보라. 금리와 함께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르도안이 이번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자 튀르키예 통화인 리라 가치가 폭락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 29일 오후 리라 환율은 달러당 20리라를 넘어서 1년 전 종가 대비 22% 상승(리라 가치 하락)했다.

    에르도안 당선 후 세계 지도자들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친애하는 친구여.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으로서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역을 자임해온 에르도안에게 "유럽의 안보 및 안정을 위한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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