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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L 생수 한병으로 온 가족이 씻어… 물·전기 소중함 새삼 느꼈어요"

    구아모 기자 이민준 기자 김예랑 기자

    발행일 : 2023.05.30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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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만에 '괌옥'서 귀국한 관광객들

    29일 오후 9시 26분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 입국장 B게이트 앞. '수퍼 태풍 마와르'의 영향으로 현지 공항이 폐쇄돼 괌에 일주일째 체류 중이던 관광객 188명이 입국했다. 단전·단수와 생필품 부족에 시달렸던 관광객들은 대부분 모자를 쓰거나 후드티를 입는 등 단출한 차림새였다.

    정부는 29~30일 이틀 동안 총 11편의 항공기를 띄워 관광객을 귀국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용 가능 인원은 2500여 명이다. 괌에 체류 중이던 관광객 3400여 명이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그간 태풍으로 전기·수도가 끊기고,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면서 "관광객들이 괌옥(獄)에 갇혔다"는 말도 나왔었다.

    관광객들은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내려앉자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고 한다. 이날 입국장을 통해 맨 처음 입국한 조모(38)씨는 "호텔에서 쫓겨나 렌터카 안에서 친구와 쪽잠을 자며 지냈다"며 "현지에서 알게 된 한국 관광객들의 도움을 받아 물이 나오는 호텔 방을 찾아다니며 간신히 샤워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집에 가자마자 샤워부터 개운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9일부터 가족 11명과 함께 괌 여행을 갔다는 김연(40)씨는 "단수가 된 상황에서 1.5L짜리 생수 한 병으로 가족들이 간신히 씻었다"며 "80세가 넘은 할머니와 2살배기 아이가 가장 고생이 많아 3명이 먼저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이틀 동안 조리도 하지 않은 생 햇반과 단무지를 먹으며 버텼는데, 내일 당장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20일부터 괌에 체류했다는 박태홍(35)씨는 "부모님과 형제 4명이서 여행했는데 그간 숙소를 3번 정도 옮겨 다녔다"며 "노숙만 간신히 면했다"고 했다. 코로나 탓에 못 갔던 신혼여행을 뒤늦게 괌으로 갔던 홍모(34)씨는 "변기 물도 없어서 수영장 물을 퍼다 나르기도 했는데, 물과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느꼈다"며 "여행을 갈 때보다 집에 돌아가는 게 더 설렐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극한 상황 속에서 다른 관광객들과 현지 교민이 나눠준 온정 덕분에 따뜻한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공항 폐쇄 직전인 지난 22일 괌으로 신혼여행을 갔던 이모(35)씨는 29일 오후 귀국했다. 이씨는 "태풍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괌 쪽은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여행 온 사람들끼리 의지하며 도왔고, 무엇보다 현지 교민 분들의 도움이 컸다"며 "현지 쌀을 여러 번 불려서 찰기 있는 쌀밥을 지어주신 교민 분들, 나물과 김치, 된장국, 불고기를 나눠줬던 마음에 따뜻한 기억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3400명 중 2500명의 항공편이 마련됐지만, 대체 항공편이 여전히 배정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커플 여행을 온 김모(30)씨는 지난 25일 항공편으로 출국 예정이었는데 여전히 대체 항공편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기고자 : 구아모 기자 이민준 기자 김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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