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기자의 視角] 멸종 위기 꾸구리의 횡액

    박상현 사회정책부 기자

    발행일 : 2023.05.29 / 여론/독자 A3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이탈리아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쏟는다. 반 고흐 그림에 토마토 수프를 뿌린다. 기괴한 퍼포먼스 후 "환경 보호" "기후변화 대응"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막상 남는 현실은 분수 복구에 든 30만리터의 물과 망가진 액자, 환경운동가 집으로 날아들 경찰 출석 요구서 정도다. 환경 단체의 이런 극단적 행동은 도리어 환경 이슈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일으킨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작년 1월 한 환경 관련 단체가 겨울잠 자던 물고기를 깨웠다. 4대강 보(洑) 수문 개방에 따른 모니터링을 한다면서 수위가 줄어든 강천보 인근에서 물고기 포획을 한 것이다.

    이 단체가 잡은 물고기 중엔 멸종위기종인 '꾸구리'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 목적이라도 보호종 포획 땐 정부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단체는 꾸구리를 불법 포획한 것도 모자라 수조에 담아 기념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면서 '4대강 보 개방으로 꾸구리가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강 유역에 원래 살던 꾸구리가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내려가자 위치를 이동한 것"이라고 했다. 보 개방으로 물이 깨끗해져 꾸구리가 돌아온 게 아니라 이전부터 한강에 있었다는 것이다.

    보 개방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한강에서 위치를 옮긴 꾸구리를 포획해 마치 없던 물고기가 돌아온 것처럼 '쇼'를 벌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멸종 위기종을 허가 없이 잡는 불법까지 저질렀다. 멸종 위기종 꾸구리는 환경을 생각한다는 환경단체의 '쇼'에 겨울잠에서 억지로 깨야 했다.

    당시 불법 어획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 단체는 "향후 포획할 때는 허가를 받겠다"고 했다. 한 달 뒤 포획 신청서를 냈지만 한강청은 '불허' 통보를 내렸다. 그러나 이 단체는 다시 포획 활동을 벌였다. 정부 불허 정도는 무시해도 된다는 환경 단체의 관성에 따른 행동일 것이다.

    이 단체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꾸구리를 만났다' '기록만 하고 놔줬다'고 적었다. 한 달 전처럼 보 개방 효과로 물이 맑아져 꾸구리가 돌아온 걸 목격했고, 직접 잡기도 했다는 의미였다. 보 개방 이전에도 꾸구리가 있었다는 말은 없었다. 없던 꾸구리가 돌아온 것처럼 다시 '쇼'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이 단체 대표는 멸종 위기종을 허가 없이 잡은 혐의로 법정에 서자 말을 바꿨다. "꾸구리 등을 본 것 같다"는 다른 사람 말을 듣고 글을 올렸다고 했다. 꾸구리가 돌아왔고 직접 잡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란 자백이다. 이 사람은 문재인 정부 당시 보 해체 결정을 내린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 위원 간사를 지냈다. 보 해체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올린 것이다. 4대강 보를 반대하는 우리 환경 단체의 '민낯'이다.
    기고자 : 박상현 사회정책부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6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