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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엔 영웅, 대만엔 배신자' 장쉐량(시안사변 주역) 띄우기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발행일 : 2023.05.29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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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대만과 갈등 고조에 집중 부각… 톈진 張 고택 등 연일 관광객 만원

    중국에서 '시안 사변'의 주역 장쉐량(張學良·1898∼2001년) 띄우기가 한창이다. 시안 사변은 1936년 12월 12일 중국 시안에서 장쉐량이 같은 국민당 소속 장제스를 구금한 사건이다. 공산당이 열세일 때 국공합작을 성사시켜 공산당 체제인 오늘의 중국을 있게 했다. 장쉐량은 대만 입장에서는 '배신의 아이콘'이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구국의 영웅'인 셈이다.

    장쉐량 신드롬이 퍼지는 이유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 때문이다.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대만 내 반중 정서가 커지고 대만·미국의 밀착이 가속화되자, 중국 본토에서는 대만과 중국을 하나의 중국으로 묶어줄 '제2의 장쉐량'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톈진시 허핑구(區)의 '장쉐량 고택' 관광지 관계자는 28일 전화 통화에서 "오늘 같은 주말이면 관광객이 쏟아져 직원들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애국 장령(將領·군관)' 장쉐량의 고택은 이제 톈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라며 "작년부터 장쉐량 고택 관광지는 인근 명소를 흡수해 면적이 기존의 5배 크기인 1만㎡로 넓어졌다"고 했다.

    랴오닝성 선양시의 '장쉐량 고택 박물관' 또한 지난 노동절 연휴 기간(4월 29일~5월 3일) 방문객이 12만명에 달해 역대 최다 수준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노동절 연휴 대비 방문객이 72% 늘어났다.

    1930년대 중국은 일본 침략의 위협 속에서 국민당과 공산당 세력으로 분열돼 있었다. 장쉐량은 국민당 소속 군벌 지도자였지만, 공산당이 국민당에 토벌당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줬다. 당시 국민당 1인자 장제스는 중국 통일을 우선시하는 '양외필선안내(攘外必先安內·외세 물리치려면 내부 우선 안정)' 전략을 택했다.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은 열세에 놓여 있었고, 국민당과 정면 승부를 피하기 위해 '장정(長征)' 중이었기에 공산당을 먼저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반면, 국민당 소속 군벌 지도자 장쉐량은 반(反)외세 민족주의자였다. 1928년 일본군의 열차 폭발로 아버지인 만주 군벌 장쭤린(張作霖)을 잃은 것이 계기가 됐다. 1936년 12월 장쉐량이 일으킨 시안사변으로 장제스는 전략을 바꿨다.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러 시안을 찾았던 장제스는 장쉐량에게 무장 납치됐고, '내전을 중지하고 일본에 맞서 싸우라'는 장쉐량의 협박을 받아들여 국공합작으로 이어졌다.

    중국이 최근 중국에 우호적인 대만 고위급들을 본토로 초청하는 것도 '제2의 장쉐량' 발굴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장쉐량은 존경과 칭찬을 받는 영웅"이라며 "그의 용기·지혜·애국심은 오늘날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양안 갈등 속에 '내부 분열'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고, 내부 결속과 통제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2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반중(反中) 성향 홍콩 야당인 공민당이 이날 특별 회원 대회를 열어 17년 만에 해산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참석자 31명 가운데 찬성 30표, 기권 1표로 자진 해산안이 통과됐다. 공민당 해산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범민주 진영에 대한 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여론 통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인 국가 인터넷 정보 판공실은 27일 "두 달간 인터넷 정화 특별 단속을 통해 규정을 위반한 92만7600여개 계정을 적발했고, 6만6600여 개의 계정을 영구 폐쇄했다"고 밝혔다.

    ☞시안사변

    1936년 12월 12일 국민당 군부 지도자(동북군 사령관) 장쉐량이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러 동북군 주둔지인 시안으로 찾아온 국민당 1인자 장제스를 구금한 사건. 열세인 공산당을 먼저 토벌한 후 일본과 싸우자는 장제스와 달리, 반(反)외세 민족주의자인 장쉐량은 공산당 대표 저우언라이와 미리 맺은 비밀협약에 따라 '내전을 중지하고 일본에 맞서 싸우라'고 장제스를 협박했다. 시안 사변은 일본과의 전쟁을 위해 국민당과 공산당이 손을 잡는 2차 국공합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쉐량은 이후 대만의 배신자로 찍혀 1990년까지 가택연금 생활을 했다.
    기고자 :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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