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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텅 빈 양양공항, 한번 잘못 지으니 '돈 먹는 하마'

    양양=채성진 기자

    발행일 : 2023.05.29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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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억 적자' 플라이강원 운항 중단… 뜨고 내리는 항공기 한 대도 없어

    지난 25일 강원 양양공항의 2500m 길이 활주로는 비행기 한 대 없이 텅 비었다. 지난해 38만명이 오가던 입·출국장은 조명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직원들이 사라진 10여 개 발권 카운터에는 '양양~제주행 운항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양양공항을 모(母)기지로 하루 2차례 제주를 왕복하던 플라이강원이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양양공항이 다시 기능 중단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중국 관광객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겠다며 2019년 항공 업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제선 운항이 2년 3개월 멈추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기 임차료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 적자 규모가 400억원대를 넘어서자 지난 23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다. 항공업계에선 이번 운항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양공항의 '유령 공항'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양양공항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 이용객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맞았다. 대한항공이 유가 상승을 이유로 김해~양양 노선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양양공항은 매년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비 3500억원을 투입해 지어놓은 국제공항을 당장 폐쇄할 수도 없어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이어지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항 중독증'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총선이나 대선 때면 지역 표심을 겨냥한 '지방 공항' 건설 공약이 나오고, 일단 지어 놓으면 수요 부족으로 '돈 먹는 하마'가 된다는 지적이다.

    양양공항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소규모인 강릉·속초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지역 정치 논리로 시작됐다. 당시 "강원 영동권 항공 수요가 30여 만명에 불과해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은 무시됐다. 양양공항은 2002년 4월 개항했는데 248만㎡ 부지에 연간 국내선과 국제선 4만3000여 대를 수용하고 300만명 이상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경제성을 무시한 결과는 참담했다. 활주로 활용률이 매년 1%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 2900여 편이 운항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도 10%를 밑돌았다. 그래도 시설 유지비 등은 매년 꼬박꼬박 나간다. 최근 10년간 누적 손실액이 1100억원대에 달한다. 이용객이 많은 공항 개선에 써야 할 돈이 부실 공항에 허비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실세가 밀어붙인 전남 무안공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고 3000억원을 투입해 2007년 개항했지만 만성 적자 상태다. 지난해 무안공항의 당기순손실은 200억원, 최근 10년간 손실액은 1300억원을 넘었다. 274만㎡ 부지에 닦은 2800m짜리 활주로 활용률이 국내에서 가장 낮은 0.1%에 불과하다.

    적자 지방 공항이 10여 곳에 달하지만 '지방 신공항' 추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은 서산공항도 재추진 중이다.

    [그래픽] 경제성 떨어지는 주요 지방 공항
    기고자 : 양양=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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