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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다급했나… "한국과 반도체 협력 강화" 일방 발표

    조재희 기자 박순찬 기자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발행일 : 2023.05.29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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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통상장관 회담 후 공식화… 정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제재에 맞서 반격을 시작한 중국이 한국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한중 통상장관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를 합의했다'는 식의 일방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고 반박했다. 미국 주도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중국이 상황 변화를 모색하려다 오히려 다급한 자신들의 처지만 국제 사회에 노출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언급 자제하던 양국… 중국 도발

    중국 상무부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채널에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이 중국과 반도체 분야에서 함께 보조를 맞추는 듯한 표현이다.

    그러자 우리 산업부는 곧바로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한 구체적 대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측의 반도체 분야 협력 요구에 '향후 실무진 간 협의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을 두고 일방적으로 왜곡·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중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에도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지난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12차 각료회의에서 안 통상교섭본부장과 왕 상무부장이 첫 만남을 가지고, 실무진 접촉도 계속해왔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통상 분야 중 반도체 관련은 안정적인 교역 관계를 위해 양측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측이 회담장에서 언급했고, 심지어 발표문 끝에 팩트 자체가 잘못된 내용까지 넣었다"고 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중 통상 분쟁이 격화한 상황에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슬쩍 끼워넣어 반응을 살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과 갈등 격화하는 중국

    중국이 '한·중 반도체 협력 강화'를 일방적으로 왜곡 발표한 배경에는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한국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중국은 미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에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면서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과 '반도체 지원법' 등을 동원한 미국의 일방적 공세에 대한 반격 성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을 앞으로 수년 동안 공급하지 않으면 이 같은 반격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규모 시장을 무기로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시안·쑤저우), SK하이닉스(우시·다롄·충칭)가 중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유럽과 달리 한국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중 기로, "기술 초격차가 살 길"

    한국의 셈법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이 중국과 손잡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면, 1980년대 미국 주도로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서 몰락한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미국은 파운드리에선 인텔을, 메모리에선 마이크론을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한국을 대체하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당장은 한국에 손을 내미는 듯한 모양새지만, 자체 기술이 확보되면 언제든 한국을 버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어느 편에 서는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결국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만이 한국 반도체의 살길"이라고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앞으로도 중국에 대해서는 어떤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조재희 기자 박순찬 기자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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