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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끊기고 약도 못구해"… 한국 관광객 3400명 '괌 악몽'

    오주비 기자 이미지 기자 박혜연 기자

    발행일 : 2023.05.27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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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 태풍' 강타… 현지서 발 묶여

    "가족 단위 여행객 중에서 60~70대 어르신도 많다 보니 혈압약·당뇨약·인슐린이 부족합니다. 태풍을 뚫고 약국을 찾아도 대부분 문을 닫아서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수퍼 태풍' 마와르가 서태평양의 대표적 휴양지 괌을 강타해 현지 공항이 폐쇄되면서 한국인 관광객 3400여 명의 발이 4일째 꼼짝없이 묶였다. 괌 현지에 있는 여행사 '모두투어' 고모 팀장은 26일 본지 통화에서 의약품 부족과 단전·단수 등 한국 관광객들이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고 팀장은 "하루이틀 새 약이 모두 떨어지면 어르신들을 병원에 모시고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태풍을 뚫고 병원을 가더라도 수백 명이 몰린 탓에 약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현재 괌은 주지사가 주민 15만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린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지역에 대한 '비상 선언'을 승인했다. 괌 당국은 지난 22일 저녁부터 폐쇄된 현지 공항에 대해 오는 30일 운영 재개를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국 관광객들은 단수·단전으로 물, 전기 사용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비상약이나 아기 기저귀, 분유를 구하는 이들은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현지 관광객 1400여 명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는 현지 한인 의사들이 하는 병원 주소와 번호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임신 31주 차인 정모씨는 "깨끗한 물조차 쉽게 구할 수 없어 남편이 수십 달러에 사겠다고 호텔 측에 요청해도 구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며 "배 속에 쌍둥이가 염려돼 물조차 마음 놓고 먹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막 돌이 지난 딸과 함께 신혼여행차 괌에 온 박승우씨는 "딸 분유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햇반을 사먹는데 이미 재고가 다 소진돼서 구하기가 힘들고 특히 3살 미만 유아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일부 여행객은 객실이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돼 연회장에서 바닥에 수건을 깔고 밤을 새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괌 호텔 대부분은 바다 쪽으로 향해 있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객실 창문이 깨지고, 천장 외벽이 무너져 사실상 호텔 객실 내에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19일부터 괌에 머물고 있는 장모씨는 "호텔이나 이런 시설들에는 발전기가 있어 간헐적으로 전기가 들어오고 있지만 물은 아예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호텔 물탱크에 있던 물도 이제 다 소진이 된 상태"라며 "물이 안 나와서 사람들이 바닷물이나 수영장에 고여 있는 물을 떠 와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호텔은 숙박 연장을 거부해 관광객들이 호텔 로비에서 노숙하고 있다. 정강 외교부 해외안전기획관은 "호텔이 침수되거나 당초 예약했던 기간이 끝나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은 분들이 있다"며 "결국 한인 관광객들끼리 궁여지책으로 호텔 방을 공유하거나 렌터카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외교부 괌 주재 공관인 주하갓냐 출장소 관계자는 "의약품 소진 등 급한 부분부터 시작해 사안별로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여행사들은 항공기 결항으로 발이 묶인 관광객들에게 숙박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모두투어는 자사 여행 상품으로 괌 여행을 간 240여 명에게 객실당 1박에 10만원씩, 최대 90만원(9박까지)을 보상하기로 했다. 하나투어는 객실당 1박에 10만원의 숙박 지원금을 한도 없이 지급하기로 했고, 교원투어와 참좋은여행은 객실당 1박에 10만원을 체류 기간 내내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인터파크는 고객들이 묶고 있던 숙소와 동급 호텔을 기준으로 숙박 비용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괌 현지 공항이 폐쇄되면서 현재 한국과 괌을 오가는 항공편은 모두 결항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하루 2회 왕복, 주 3일 운항하던 괌 노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오는 28~30일 항공편 운항은 미정이다.

    제주항공 역시 오는 27일까지 안전을 위해 항공편 30여 편을 결항 조치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등도 지난 23일부터 오는 1일까지 모든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결항 항공편을 예매한 승객들에겐 항공편 환불과 예약 변경 시 수수료 면제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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