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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직원 많지만 ＂비혼 조장하냐＂ 사회적 비난도 우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사내 미혼 직원들에게 매년 300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른바 '싱글 복지 제도'를 조용하게 도입했다. 이 포인트는 현금으로 쓸 수 없는 대신 청소연구소(가사 도우미·1회 50포인트)·쏘카(택시 호출·100포인트)·캡스홈 도어가드(가정용 보안 카메라·250포인트) 세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쓸 수 있다. 혼자 사는 미혼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서비스를 회사가 제공해주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혼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젊은 직원이 많아지면서 기혼자 중심 복지 체계를 고쳐달라는 목소리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평소 같으면 대대적으로 홍보할 복지 정책을 오히려 최대한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느라 쉬쉬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싱글 복지를 대폭 늘렸다간 사회적으로 '비혼을 부추긴다'는 뭇매를 맞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내부적으로 기혼자들이 '역차별'이라고 불만을 제기할 위험도 있어 최대한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티 안 나게, 조용히… '싱글 복지 딜레마'

기업들은 '싱글 복지 딜레마'를 호소한다. 해줘도, 안 해줘도 욕먹는 분위기란 것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비혼을 선언한 직원들에게 '비혼 축하금' 400만원을 지급하는 복지 제도를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신설했다가 사회적 논란이 된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기업들은 '싱글 복지'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싱글을 위한 혜택을 신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KT는 5월부터 복지 제도에 '비연고지 단신 부임자 대상 임차 보조비 지원'이라는 복지 항목을 신설했다. 이전 거주지와 50㎞ 이상 떨어진 타지로 홀로 파견 갈 경우, 월세 50만원을 지원해주면서 임차 보증금 최고 1000만원을 연리 1%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제도 신청자 대다수가 젊은 미혼 직원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게임 업체 펄어비스는 지난해 12월 '사내 부동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부동산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계약 시 중개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복지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복지지만, 실제 사용자는 미혼이 절대다수다. 신혼집 선택지가 수도권 전반으로 폭 넓은 부부와 달리, 회사 근처 자취방을 찾는 직원은 대부분 젊은 미혼이기 때문이다.

복지 적용 대상을 '기혼자'에서 전체로 확대하며 기혼·미혼 구분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월부터 종전에 기혼 구성원들에게만 줬던 결혼 기념일 복지포인트(5만원 상당) 항목을 '생일 선물'로 바꿔 전 사원에게 주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1월부터 만 35세 이상 미혼 직원들의 부모 중 1인의 종합 건강검진 비용을 연 1회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전에는 기혼자들의 배우자나 부모에게만 적용하던 복지 적용 범위를 싱글로 넓힌 것이다.

◇해외는 '기혼·미혼' 복지 안 나눠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빅테크엔 한국 기업처럼 결혼할 때 축의금을 따로 챙겨주는 문화가 없다. 따라서 결혼을 늦추든, 독신으로 살든 따로 제공하는 복지도 없다.

해외 빅테크의 복지는 결혼이 아닌 임신·육아에 집중돼 있다. 구글은 난자 동결을 위한 난임 시술을 지원하고, 입양하면 최고 2만5000달러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독신이어도 필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기혼·미혼 같은 기준이 낡은 구분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동일한 조건을 제공해 제외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만들 게 아니라, 큰 복지 서비스 풀을 만들고 이 안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늘어나는 30대 미혼 가구 수 추이 / '싱글 복지' 확대 나선 대기업들 기고자 : 오로라 기자 실리콘밸리=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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