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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우의 이번 주 리뷰] 영화 '범죄도시 3'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발행일 : 2023.05.26 / 문화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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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못따라가는 허술한 3國 악당에 강철 주먹도 싸리나무 회초리 같네

    악당이 너절해지자 영웅도 시시해졌다. 어차피 모든 나쁜 놈들이 돌주먹 형사한테 죄 두들겨 맞을 테니 이 연작 영화는 악당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했어야 했다. '범죄도시 3(감독 이상용·31일 개봉)'에는 다양한 악당이 등장하지만 누구도 관객을 겁박하지 못한 채 맥없이 나가떨어진다. 앞으로 8편까지 만들 준비가 됐다는 이 영화가 롱런하려면 도시를 잠시 떠나 수행(修行)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긴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동료들과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이 사건은 마약 사건으로 연결되고 한·중·일 3국 범죄자들이 한국에서 대량의 마약 유통을 계획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일본 야쿠자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쫓던 그는 경찰서 마약반 형사 주성철(이준혁)도 의심하기 시작한다.

    1·2편 합쳐 20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론 마 형사다. 단순하고 무식하며 허술한데 맨주먹으로 악을 응징한다. 게다가 코믹하고 가끔 귀엽기까지 하다. 마 형사를 영웅으로 만든 1등 공신은 단연 악당들이다. 1편의 윤계상과 2편의 손석구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3편에는 그런 악당이 없다. 한·중·일 악당이 총출동하는데 눈에 힘만 주지 전혀 무섭지 않다. 이들이 어떤 무기를 휘둘러도 골목에서 담배 피우는 어린 양아치들 같다. 상대가 빌빌하니 영웅도 빛이 바랜다.

    2018년 일본과 대만 폭력조직이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 마약 사건에서 힌트를 얻은 모양이다. 거기에 현직 경찰을 악당 주인공으로 끼워넣으려면 스토리 가공에 좀 더 투자했어야 했다. 경찰이 범죄에 연루된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처럼 그 이면에 스토리가 전혀 없다면 굳이 그가 경찰일 필요가 있을까. 잘생긴 한국 악당은 영화 내내 인상만 쓰다가 마동석에게 쥐어 터지면서 허무하게 소비된다.

    범죄 피해자가 없다는 것도 이 영화를 밋밋하게 만들었다. 범죄도시 1편의 시장 상인들이나 2편의 교포 사업가 같은 피해자가 없다 보니 관객은 감정이입할 데 없이 마동석만 쳐다보게 된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도끼로 문짝 부수는 소리가 나는 그의 주먹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싸리나무 회초리처럼 느껴진다.

    히트 장면 자기복제는 쉽게 한계효용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진실의 방'이나 2편에서 등장했던 자동차 전속력 추돌 장면 같은 것에서는 남은 치킨 전자레인지에 돌린 듯한 맛이 난다. 전작들은 많은 조연 스타를 배출했지만 조연들을 싹 갈아치운 이번에는 그럴 만한 인물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사 "넌 좀 맞아야 돼"의 효과는 여전하다. 이것처럼 강력한 대리 체험이 없다. 나쁜 놈 수갑 채우는 건 단순한 법 집행이지만, 흠씬 두들겨 패주는 건 그보다 속 시원한 정의 실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을 보니 4편도 금방 나올 모양이던데, 이번 편이 어떤 의미에서든 시리즈 긴 여정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고자 :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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