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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러시아측 용병 회사 수장) "이대로면 러 혁명 일어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발행일 : 2023.05.26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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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무트 전투서 2만명 전사"… 푸틴 정권 강도 높게 비판
    "권력층 자녀 휴가 자랑할때 서민 자식들은 조각난 시신돼"

    우크라이나 침공 뒤 한 팀이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민간인 용병 회사 와그너그룹 간의 갈등 기류가 심상치 않다. 와그너그룹의 수장이자 푸틴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이 현재 러시아 상황을 1917년 혁명 직전에 빗대며 푸틴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다. 동부 지역 요충지 바흐무트에서 악전고투 끝에 상당한 병력 손실을 본 와그너그룹이 푸틴 정권과 갈라서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프리고진은 23일(현지 시각)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대응을 비난하며 "러시아의 손실이 계속 증가하면 이 모든 분열이 1917년처럼 혁명으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흐무트 전투에서 와그너 용병 역시 2만명이 전사했다고 밝힌 뒤 "러시아 권력층이 자신들의 자녀를 전장에 보내지 않은 반면, 징집된 서민 자녀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딸이 두바이로 휴가를 떠난 사례를 언급하며 "권력층 자녀들이 휴가를 떠난 모습을 인터넷에 자랑할 때 서민의 자식들은 산산조각이 난 시신으로 관에 실려 돌아온다"고 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가 됐고, 개전 당시 탱크 500대가 5000대가 됐고, 전사의 수도 2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었다"며 서방의 지원에 힘입은 선전을 극찬하는 발언까지 했다.

    프리고진은 그간 수차례 러시아군 수뇌부를 실명으로 저격하는 발언을 해왔다. 제때 탄약 보급이 안 되고 있다고 격한 어조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푸틴과 측근들을, 혁명으로 전복돼 비참한 종말을 맞은 옛 러시아 왕가에 빗댄 것으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1917년 2월과 10월에 발생한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는 무너졌고, 마지막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와 왕족들은 잔혹하게 살해됐다.

    이 때문에 프리고진과 푸틴이 진짜로 갈라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푸틴이 그동안 잠재적 도전자를 견제하고자 부하들 간의 경쟁을 촉진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갈등 양상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푸틴 대통령이 20년간 구축해온 기존 권력 체계를 유지하던 틀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정권을 긴장시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 본토인 남서부 벨고로드주에서 22~23일 정부군과 교전했던 친우크라이나 성향 무장 단체들인 '자유 러시아 군단'과 '러시아 의용군'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직 작전이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의 해방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러시아의 해방'이란 푸틴 정권에 대한 무한 투쟁을 뜻한다. 이들은 "러시아인들에게 저항이 가능하고, 푸틴 체제에 맞서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며 대러시아 무장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이번에 러시아 본토에서 싸운 병력 상당수는 개전 초 징집됐던 러시아군 장병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뒤 전향한 인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뒤 급속도로 규모를 불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틀간 교전 뒤 "70여 명을 사살하고,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밝혔지만, 반러 무장 단체들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전선이 두 개로 형성돼 푸틴 정권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23일 "현재까지 포탄 22만 발과 미사일 1300기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세계 최대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이 서방 14국과 실시하는 북극해 해상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노르웨이 해안에 도착했다. 러시아와 북극 지역의 육·해상에서 219㎞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노르웨이에 미국의 최신 핵항모가 배치되자 러시아가 즉각 반발했다. 노르웨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티무르 체카노프 대변인은 "북유럽에는 군사적 해법이 있어야 하는 이슈는 물론 외부 개입이 필요한 이슈도 없다. 이 같은 무력시위는 논리에 맞지 않고 해가 된다"고 말했다.

    전황이 교착된 상태에서 러시아에 내부 분열 조짐까지 일면서, 우크라이나 특유의 기습 사보타주(파괴) 작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24일 익명의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이달 초 벌어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나 정보부대의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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