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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88) 음식 이름으로도 기억된 '세기의 디바'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발행일 : 2023.05.25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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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라는 음식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마리아 칼라스는 '세기의 디바', '오페라의 여왕'으로 불리며 20세기를 대표했던 소프라노다. 그녀의 이름을 따온 이 음식은 도쿄 교바시(京橋)에 1984년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 '셰즈 이노(Chez Inno)'의 오너 셰프 아사히 이노우에가 고안했다. 마리아 칼라스가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맥심(Maxim)'에서 즐겨 먹던, 양고기에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을 넣고 얇은 파이로 감싸서 굽는 음식을 자신들의 대표 메뉴로 이름 붙인 것이다. 음식에 스토리를 만들고 명명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잘 반영된 예다. 간혹 일본 문학에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마리아 칼라스를 먹는 모임" 같은 표현으로 등장할 만큼 일본의 양식당에서는 자주 제공되는 메뉴다. 이후에 이 메뉴가 인기를 얻으며 고기를 다른 재료로 감싸서 굽는 스타일의 요리를 포괄하는 명칭이 되었다.

    사실 이런 방법의 요리는 꽤 보편적으로 응용되어 왔다. 고기가 다른 재료와 어울리면서 복합적인 풍미도 산출되고 접시에 담았을 때 시각적으로 예쁜 장점도 지닌다. 대표적인 음식이 '비프 웰링턴(Beef Wellington)'. 소고기 안심을 파이 반죽으로 싸서 굽는 영국 음식이다. 또 다른 요리는 역시 소고기 안심을 토스카나 지방의 토종 돼지 '친타 세네즈'의 비계로 감싼 이탈리아의 스테이크 요리(filetto di manzo con lardo Cinta Senese)다. 고기를 구울 때 말라서 건조해지는 표면을 돼지 비계로 둘러 적절한 지방과 염도를 가미하는 레시피를 사용한 요리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경양식집에서도 다소 질이 떨어지는 소고기를 베이컨으로 감싸서 맛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종종 사용되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을 때는 정육점에서 등급이 낮은 소고기를 구입하고 최상 등급의 소고기 기름을 얻어서 같이 구워라"라는 생활의 지혜도 생각난다.

    올해는 마리아 칼라스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녀는 생전에 유명했던 목소리, 영화로도 제작된 파란만장한 인생과 더불어 하나의 특별한 음식 이름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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