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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호랑나비'와 '앗싸! 호랑나비'는 다르다

    이진석 선임기자

    발행일 : 2023.05.25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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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가요 판을 뒤집었던 '호랑나비'는 다른 가수들이 두 번이나 불렀던 노래였다. 4년 전과 2년 전 같은 제목, 같은 가사로 나왔는데 반응이 없었다. 김흥국의 호랑나비는 달랐다. 난데없는 추임새들이 튀어나온다. '앗싸!' '헛, 예에~'. 비속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앨범마다 건전 가요를 한 곡씩 집어넣어야 했던 그 시절에는 파격적이었다. 쓰러질 듯 우스꽝스러운 춤도 인기몰이를 했지만, 껄쭉하고 강력한 추임새들이 노래의 팔자를 바꿨다고들 한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한 기업인이 "왜 김흥국의 호랑나비만 히트를 쳤는지 아느냐"면서 들려준 얘기다. 그는 "정부 정책에도 '앗싸!'가 붙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제 부처 캐비닛마다 과거 정부가 시행했거나 검토한 정책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서 햇빛을 보기도 한다. 몇 마디 보태고, 포장을 달리해서 발표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책임질 일 없도록 요리조리 깎아서 밋밋해진 정책,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면서 필요한 때 맞춰내지 못하고 한 박자 늦은 정책으로는 시장과 기업을 춤추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수출이 어렵다더니 결국 지난 1분기 11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드문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신 차리라는 신호다. 올해 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54년 이후 연간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친 건 4번뿐이다. 1956년(0.6%),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이다. 묘하게도 마이너스나 0%대 성장률은 있었지만, 1%대는 없었다. 70년 만에 처음이다.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경제가 서서히 주저앉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세금 덜어주고, 규제 줄이고, 나랏돈 푸는 익숙한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민과 기업 부담 최소화를 위해 부과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 23개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90개에 달하는 부담금 가운데 20년 이상 된 것이 74%에 달하는데 손질하겠다고 했다. 총리가 단장을 맡은 규제혁신추진단도 생겼다.

    부족하다. 시장이 놀랄 정도로 과감해져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규제를 푸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들 불러 모아 격려하고 사진 찍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돈과 말로 일한다. 급하다고 돈을 풀면 후유증이 남는다. 성장이든 복지든 마찬가지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정부는 규제 약 1000건을 개혁 대상으로 선정해 300건 정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한국이 위기 탈출 우등생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공장 증설 건폐율과 용적률 규제도 포함됐다.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공장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법률 위반 아니냐"고 했을 정도였다. 당시 규제개혁위원장이었던 최병선 서울대 명예교수는 "놀랍게도, 아니 고맙게도 누구도 시비를 건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 또 닥쳤다.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서 못 한다는 말,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고 나면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얼마 전 "강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건지, (배가) 가는 건지 모른다"고 했다. "속도가 더 나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속도를 내서 물살을 가르게 하려면 그보다 빨리 규제를 풀면 된다.
    기고자 : 이진석 선임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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