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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 (62)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 입은 마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발행일 : 2023.05.25 / 건강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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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된 누드 그렸던 과감한 화가… 난청으로 우울증 얻고 소심해졌다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년)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다. 낭만주의는 개성이 없는 고전주의에 반발하여, 창작자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자유로운 공상의 세계를 묘사했던 문예 사조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풍미했다. 고야는 궁정화가였지만, 고전적인 경향에서 떠나 파괴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을 대담한 붓 터치로 선보였다.

    고야의 화풍은 중년의 나이에 질병을 앓기 전과 앓은 후로 급격히 달라진다. 교회의 누드화 금지에도 〈옷 벗은 마야〉를 그리고 몇 년 후 〈옷 입은 마야〉를 그렸는데, 그때가 난청을 앓기 시작해 악화되어 갈 때다. 난청에 이명, 현기증, 환청, 우울증 등이 더해지면서 고야의 그림은 기쁨과 빛의 캔버스에서 공포와 유령의 화면으로 바뀐다. 고야 난청의 원인은 당시 흔하게 돌던 매독이거나, 색상 물감에 포함된 수은 노출 또는 매독 치료에 쓰이던 수은 연고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송창면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은 신경에 문제가 생긴 감각신경성 난청과 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인 고막, 중이 등에 문제가 생기는 전음성 난청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고야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매독균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나이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등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었는데 최근에는 인공 와우 이식, 인공 중이를 이식하는 중이 임플란트, 보청 장치를 뇌 안에 넣는 뇌간 이식 등으로 난청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고야는 난청에 시달리면서 그림이 소심해졌는데, 요즘 살았더라면 이비인후과 기술의 도움을 받아 밝고 담대한 그림을 더 많이 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은 몸도 생각도 바꾼다.

    고야 후기 작품들에는 질병의 고통이 검게 배어 있다. 고통 없이 어찌 위대해질 수 있겠는가 싶다.
    기고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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