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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 베이징 숙소서 새벽 4시 주문한 체온계, 30분 만에 왔다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

    발행일 : 2023.05.25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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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치킨게임'이 '총알 배송' 낳아… 지역·소득·연령별 서비스 세분화

    지난 23일 새벽 4시, 베이징 차오양구(區)에서 배달 앱 '메이퇀(美團)'으로 체온계를 주문했다. 포장비 0.5위안(약 90원), 배달비 2위안(약 370원)을 합쳐 주문 총액은 68.5위안(약 1만2700원). 정확히 30분 만에 "똑똑"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체온계가 담긴 노란 봉투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튿날 새벽 3시에는 콧물흡입기를 같은 방식으로 주문해 27분 만에 받았다. 원래 메이퇀은 한국의 '배달의민족'처럼 음식 주문 배달 앱이지만, 최근에는 약·모기장·운동기구·음향 기기 등 대부분의 물품을 '총알 배송'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24시간 언제든지 주문 버튼을 누르면 1시간 안에 집 앞까지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네이쥐안(內卷·치킨게임)'이다. 8억5000만 소비자를 두고 대기업들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배송 속도는 극한으로 빨라지고, 서비스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8조위안(약 8980조원)이고, 2030년에는 100조위안(약 1경87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에서 버티는 배경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배달 기사들이 급증한 덕분에 새벽 배송 등 틈새 서비스에 투입할 인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온라인으로 장을 볼 때 습관 차이가 크다. 한국인들은 많은 물품을 한꺼번에 주문하지만, 중국인들은 생각날 때마다 한두 개씩 주문한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허마셴셩, 딩둥마이차이 등 신선식품 배달 전문 업체들은 무료 배송을 위한 최소 주문 비용이 1만원 수준이다. 허마셴셩으로 식용 얼음이나 냉동식품을 시키면 배송 직후 AI(인공지능) 고객센터가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어 "녹을 수 있으니 확인하시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식품 즉시 배달 서비스인 'B마트' '쓱고우'는 주문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고 기본 배달비 3000원이 붙는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각 서비스 사용자들이 지역·소득·연령별로 세분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위 업체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제품이 다양하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도시 주민들이 필수품 구매에 주로 쓴다. 2위 '징둥'은 쿠팡처럼 자체 물류망이 완비돼 있고, 제품을 직접 매입한 다음 판매하기 때문에 배송 속도가 빠르고 품질 관리가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소 도시나 저소득층에 인기 있는 앱은 3위 '핀둬둬'다. 저렴한 제품이나 가품(假品)을 구매 가능한 창구로 여겨진다. 소셜미디어 틱톡과 콰이셔우, 샤오훙수는 '충동구매' 수요를 확보하며 10대 전자상거래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고자 :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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