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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초등 영어캠프

    최은경 기자 윤상진 기자

    발행일 : 2023.05.25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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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만원 방학 캠프에 지원자 몰려

    지난 22일 오전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5)씨는 A고교가 운영하는 '초·중 여름방학 영어 캠프'에 등록하기 위해 바쁘게 마우스를 클릭했지만 실패했다. 연차까지 내고 일찌감치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도 접수 시간이 되자마자 등록 사이트가 마비됐다. 캠프 주관사 측은 "서버 다운(마비)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튿날 재신청을 받았으나 다시 서버가 마비되자 '선착순 입금 방식'으로 학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25일 오전 11시부터 '19박 캠프비 398만원'을 먼저 입금한 순서대로 캠프 학생을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가 사실상 끝나면서 여름방학 사교육 수요가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명 특목고·국제학교가 운영하는 영어 캠프는 대치동 학원가보다 먼저 여름방학 수강생 모집에 나섰다. 이달 온라인 신청을 시작하자마자 '1분' 만에 정원을 채우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20~30일간 진행하는 영어 캠프의 등록비는 1인당 350만~400만원 선이다. 4년제 대학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인 339만7000원보다 비싸다. 올해 4인 가구 중위 소득은 월 540만원 정도다.

    그런데도 학부모 인터넷 카페엔 "영어 캠프 신청 성공 노하우 좀 알려 달라"는 글이 쏟아진다. 주 수요층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영어 캠프에 등록하려는 학부모는 "방학 동안 아이를 하루 종일 집에서 놀릴 순 없다"며 "엄마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영어 캠프에 못 보내면 또 학원 여름방학 특강을 찾아 등록하고 스케줄을 짜줘야 해 더 부담"이라고 했다. 맞벌이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도 여러 학원을 혼자 다니게 하기는 걱정스럽다. 초4 자녀를 등록한 서초구 학부모 오모(45)씨는 "초등학교 때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 놓고 중·고등학교 땐 주요 과목과 내신에 집중해야 한다"며 "해외 단기 연수는 비용이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언어 학습의 포인트는 자발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라며 "아이를 20여 일간 영어를 쓰는 환경에 집중 노출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비용을 생각하면 부모 기대보다 미미할 수 있다"고 했다.

    고액 영어 캠프는 결국 사교육비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 간에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자극되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연결된다. 작년 5월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에 대한 국민 인식과 미래교육정책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2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교육부 조사에서 작년 사교육비는 2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3.4%로 중학교(11.8%)와 고등학교(9.7%)에 비해 컸다. 사교육비 부담은 우리나라 출산율을 세계 최저로 떨어뜨린 요인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10년 만에 사교육 대책팀을 부활시켜 '사교육비 경감 종합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수는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어 캠프라고 전부 고액인 것은 아니다. 방학 기간 실속 있는 영어 캠프를 제공하는 지자체도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10년부터 관내 영어마을에서 초2~중2 학생 약 600명을 대상으로 4박 5일 통학형 영어 캠프를 운영한다. 올여름부터는 초6 학생 60명을 선발해 4주일에 걸친 '숙박형 영어 캠프'도 열 계획이다. 전남 나주시도 10년 넘게 동신대와 초5~중2 학생을 위한 여름 캠프를 운영 중이다. 제주도교육청도 올해 도내 국제학교와 함께 운영하는 4박 5일 숙박형 영어 캠프를 코로나 이후 재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광진구가 건국대가 손잡고 초 4~6학년 150명을 대상으로 2주일쯤 통학형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용산구, 노원구, 동작구 등이 유사한 형태로 관내 대학과 진행한다. 안현기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교육부나 지자체가 교육 격차를 완화할 사다리를 적극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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