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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반복(5년 내 3차례) 수령' 4년새 24% 늘어… 회사에 "해고해달라" 요구도

    곽래건 기자

    발행일 : 2023.05.25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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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해이 부르는 실업급여제

    선원인 A씨는 2000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업급여를 총 24번 받았다. 9126만원에 달한다. 20년 넘게 거의 매년 받은 셈이다. 실업급여 수령액 상위 10명은 19~24회에 걸쳐 1인당 8281만~9126만원을 탔다. 모두 선원인데 배에서 내려 육지에 있을 때마다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제도의 틈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24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8만2000명에서 지난해 10만2000명까지 증가했다. 정말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도 많지만 '힘들게 일하느니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도덕적 해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임금 근로자 중 27.8%가 세후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 시장에선 중소기업 사장·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본인이 원해서 일을 그만두는 데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고한 것으로 해달라는 직원이 많다"며 "그러지 않으면 노동법 위반 등에 대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직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기간만 채우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늬만 구직자'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이 채용 공고를 내면 서류 제출만 하고 면접에 나타나지 않거나 언제부터 일하러 오라고 하면 '다른 일이 생겼다'며 피하는 구직자가 속출하는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데 '활동 증거'로만 서류 접수 등을 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 중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비율도 늘고 있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의 비율이 2018년 14.5%에서 2022년 17.3%로 올랐다.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등은 "근로 계약 기간을 굳이 8~9개월로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만 일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실업급여를 타는 이유도 변하고 있다. '권고사직 등 회사 경영상 실직'이 2018년 전체의 56.1%였는데 2022년에는 41.5%로 줄었다. 반면 '근로 계약 기간 종료'는 2018년 33.8%에서 2022년 41.4%로 올랐다. 강제 실직이 아니라 자발적 계약 종료로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 뒤에는 '실업급여 하한액' 제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업급여는 현재 평균 임금의 60%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금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로 지급한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하한액' 기준을 적용받는 사람이 119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73.1%에 해당한다. 20대의 경우 하한액 적용 비율이 85%에 달한다. 대다수 복지 선진국은 실업급여 제도에 하한액을 두지 않거나 그 액수가 세후 임금보다 많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선 세후 월급이 179만9800원~269만7077원이면 하한액을 적용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것도 '하한액' 문제를 악화시켰다. 소득 주도 성장을 한다며 2018년과 2019년의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 끌어올리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하한액도 덩달아 뛰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2017년 하루 4만6584원에서 2019년 6만120원으로 2년 만에 29%나 올랐다. 하한액 적용 대상자 비율도 2019년 81.7%까지 치솟았다. 당시 놀란 정부는 2019년 하한액 기준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췄다. 그러나 이후에도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갔기 때문에 올해 하한액은 6만1568원이 됐다.

    [그래픽] 실업급여 현황 / 최저임금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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