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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계, 한국 콕 집어 "마이크론 빈자리 메꾸지 말라"

    오로라 기자 이해인 기자

    발행일 : 2023.05.25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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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화되는 美·中 반도체 전쟁

    중국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격화된 미·중 갈등 국면에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 시각)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이 대중 보복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대체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미 정계 인사가 공식적으로 한국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 제재 완화를 놓고 미국 정부과 협상하던 한국 정부의 입장도 난감하게 됐다.

    ◇미 정계 "동맹국, 중국에 맞서 싸워야"

    갤러거 의원은 한국을 '최근 몇 년간 중국 공산당의 경제 강압을 직접 경험한 우리의 동맹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부여된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직접 겨냥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자사 생산라인에 첨단 장비를 들이는 것을 1년간 임시로 허가했다.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한국 기업의 편의를 봐준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물량을 채울 경우, 장비 수출 허가를 더 이상 연장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생산라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 사 모두의 아킬레스건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플래시 20%를 생산한다. 이미 낙후된 중국 공장의 첨단 공정 전환이 시급한 상태에서 미국의 규제로 첨단 장비 수출이 막히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갤러거 의원은 중국 대표 D램 기업 CXMT(창신메모리)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XMT는 낸드플래시 업체 YMTC(양쯔메모리)와 함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자립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물량을 채우는 것을 막는 동시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자립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마이크론 규제를 무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계에서는 동맹국의 대중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미국에 대한 경제 강압"이라고 비판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클 매컬 공화당 의원도 "중국이 미국 기업을 괴롭히는 마피아 같은 행동을 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런 경제 침략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은 "난감"

    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던 한국 정부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23일 미국 정부가 관보에 공개한 한국 정부의 미국 반도체법 의견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지금의 5% 이내로만 늘릴 수 있게 제한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10%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이 제시한 첨단 반도체의 기준 역시 낮춰 달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정계가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중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한국
    기고자 : 오로라 기자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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