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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지난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자료를 냈습니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가 발표한 최신 데이터를 토대로 각자 잘하는 분야만을 강조해 '세계 1위' 타이틀 쟁탈전에 나선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전체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32.1%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달성했다고 했고,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60%에 육박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했습니다. 똑같은 1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을 분석하는 기준을 달리해 소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들의 자료를 자세히 뜯어보면 통계를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미엄 TV'에 대한 정의입니다. 삼성전자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전년 동기(49.2%)보다 10%포인트 늘어난 59.1%의 금액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했고, LG전자는 "올해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금액 기준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46.1%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금액 기준도, 시점도 제각각인 것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옴디아 자료를 보면, 프리미엄 TV 기준을 1500달러로 통일할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자료에서 제시한 숫자보다 6%포인트가량 낮은 53.5%로 나옵니다. 가장 좋은 수치를 추출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프리미엄 TV'의 기준을 잡은 겁니다. 한편 LG전자는 1분기 실제 수치가 아닌 올해 전망치를 밝혔는데, 이는 1분기 실제 OLED TV의 점유율은 30%대로 LG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절반 수준의 점유율'보다 훨씬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이 밖 '초대형 TV'에 대한 기준도 삼성전자는 75형 이상을, LG전자는 70형 이상을 잡으며 수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된 LCD TV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는 '초거대·초프리미엄' 제품에서의 독보적 지위를 내세워야 하고, OLED 시장을 주도하는 LG전자는 OLED 시장 자체가 확대됐다는 메시지를 줘야 해 서로 입맛에 맞는 숫자를 고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체 TV 시장은 경기 불황으로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5%(금액 기준) 축소됐습니다. 자화자찬보다는 불황을 이겨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고자 : 오로라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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