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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간호법 파동, 의사·간호사·조무사 모두 패배자

    김민철 논설위원

    발행일 : 2023.05.24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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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법 파동에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은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세 직역(職域) 모두 1년 넘게 간호법 제정과 저지에 모든 힘을 쏟아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금 따져보면 세 직역 모두 패배자다.

    먼저 간호협회는 원하는 간호법 제정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가장 큰 원인은 왜 이 법이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왜 의료법에서 간호법을 분리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안이 왜 부모돌봄법인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의사들은 간호사들이 독자 개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의심했다. 이 법만으로는 간호사 단독 개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단독 법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단독 개업할 수 있게) 개정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민주당)이라는 주장이 의사들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같다.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하겠다면 그것이 어떤 수준이며 국민들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늘고 의사들이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간호사 역할이 늘어나는 것은 필요하고 불가피한 일이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이 법 제정 필요성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협회는 간호법 거부권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선 의사들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의사면허 취소법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간호법 저지에 힘을 집중하느라 의사면허 취소법을 놓친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진단서 허위 발급, 업무상 비밀 누설 등 의료 관련 위반자만 면허를 취소하지만 개정 법은 다른 법을 위반해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은 자신들이 다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한 업무까지도 내주려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굳힌 점 아닌가 싶다. 의사들은 격무를 호소하면서도 의대 정원 조정에도 반대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큰 내부 갈등을 노출시켰다.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을 고졸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졸자들도 간호학원을 다녀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 이걸 학력 제한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질적인 요구는 전문대에 간호조무학과 개설을 허용해달라는 것인데, 복지부는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자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특성화고와 간호학원 등은 "특성화고와 학원이 고사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강력 반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간호법에 대한 국회 재투표는 빠르면 이번 주 이루어질 전망이다. 재의결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결과에 관계없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 직역별 업무 범위는 1962년 법 제정 이후 거의 그대로다. 달라진 의료 현실에 맞게 각 직역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지역마다 방문간호센터가 있어 간호사가 집집마다 방문해 노인을 케어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미 1만여 개의 방문간호센터가 활동 중이다. 의사가 만성·경증 재택 환자까지 다 진료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필요한 제도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 부족을 메워주고 있는 진료보조(PA) 간호사 등 역할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의 중심은 당연히 의사들이다. 각 보건의료 직역 역할을 재조정하는 데 의료계의 맏형인 의사들이 합리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기고자 : 김민철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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