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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경찰다운' 경찰

    김수경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3.05.24 / 여론/독자 A3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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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갈머리 찢어놓기 전에 개소리 그만해라."

    민노총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들에게 거친 욕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 왕복 8차로 중 4차로만 사용하기로 했지만 노조원들이 기습적으로 8차로 전체를 점거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반복해서 방송하자, 이들은 경찰을 향해 "개새X들" "정권의 개" 등의 욕을 뱉어냈다. 한 노조원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씨X 시끄럽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노조원들은 경찰의 등에 '윤석열 OUT'이라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노조원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공권력을 조롱하는데도 경찰은 아무런 반격을 하지 못했다.

    경찰의 굴욕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서울 중구 부영빌딩 앞 인도에 일체의 신고 없이 천막을 기습적으로 설치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한다"며 농성을 벌일 때에도 경찰은 손도 대지 못했다. 불법 집회였지만 이를 해산시키기는커녕,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처에 경찰관을 배치했다. 농성 4일째 천막 추가 설치를 저지하던 경찰이 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에야 경찰은 참가자 중 몇몇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노조가 경찰을 무시하는 이유가 있다. 정보, 경비, 수사까지 조직 전체의 손발이 꽁꽁 묶였기 때문이다. 노조의 움직임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경찰 정보과는 지난 정부 때 폐지에 준할 정도로 축소됐다. 인력이 대폭 줄었고, 할 수 있는 업무를 목록으로 정해 이를 조금이라도 넘는 경우 엄격하게 형사처벌을 하도록 했다.

    집회의 질서를 담당하는 경비 분야도 힘을 잃은 지 오래다. 2017년 경찰청은 집회를 통제하는 데 쓰였던 차벽과 살수차를 사실상 퇴출했다. "집회 주최 측에서 집회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기조가 바뀔 것 같다"는 이유였다. 노숙 시위로 도심이 난장판이 됐을 때도 경찰엔 이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불법 집회와 관련한 수사도 어렵게 됐다. 경찰에 아무 권한이 없다는 점을 참가자들이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민노총 건설노조가 도심 시위에서 관련 규정을 수차례 어겼지만 경찰은 3개월째 입건도 못하고 있다. 주최자가 현장에 있었는지 현장 채증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데 "도망 다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집회 주최자들은 이를 알고 경찰 전화를 받지 않는 등 꼼수를 쓴다고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작년 10월 취임 당시 "공권력은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수단이지만 마지막 수단"이라며 "불법 상황이 심각해지면 주저 없이 원칙대로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공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경찰의 기본 업무다. 경찰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경찰의 '경찰다움'을 기대한다.
    기고자 : 김수경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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