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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라이터] (7) 장편 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 작가 이현

    김민정 기자

    발행일 : 2023.05.24 / 문화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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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대여점 주인서 '사자 성장기' 써 80만부 작가로

    "아프리카 사자 이야기를 쓰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우리나라 호랑이 이야기나 쓰라고 하더군요(웃음). 한국 아이들은 옛날 옛적 호랑이 이야기만 보고 자라야 하나요?"

    총 80만부 팔리며 두꺼운 어린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장편 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의 작가 이현(53)은 "와니니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세렝게티의 초원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와니니는 몸을 낮추고 귀를 바싹 붙였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꼬리를 바싹 치켜들며 힘껏 포효했다. 크하하항! 크하하하항!'(푸른 사자 와니니 중)

    '푸른 사자 와니니'는 무리에서 '쓸모없는 사자'였던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성장해 가는 모험기. 국내 동화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드문 소재와 성장 서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15년 출간된 1권이 40만부, 2019년 나온 2권이 20만부, 재작년 나온 3권이 12만부 팔리는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2022년 아동 문학의 권위 있는 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추천작(아너리스트)에도 올랐다.

    이현은 동화와 청소년 소설 등 50권 가까이 책을 썼고 '짜장면 불어요!'(2006) '로봇의 별'(2010) 등으로 국내 다수의 문학상을 받은 작가. 어린 시절 꿈이 작가라서 대학(숙명여대)도 국문과를 나왔지만 30대 중반이 돼서야 펜을 들었다. 그 전까지 학원 강사, 책 대여점 주인, 이주 노동자의 떼인 임금 상담사 등 여러 직업을 옮겨 다녔다.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책 빌려 보는 게 낙이었는데 29살 때 다니던 만화책방이 가게를 내놨길래 인수해서 주인이 됐죠. 학생들에게 책을 빌려주며 저도 실컷 봤어요. 장사가 안돼 2년 만에 접었지만요."

    그러다 2004년 34세에 3년만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왜 한 가지 일에 정착 못 하고 떠돌까 생각해 봤는데 어린 시절 꿈이었던 글 쓰는 일을 안 해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걱정과 달리 1년 만에 단편소설 '기차, 언제나 빛을 향해 경적을 울리다'로 13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이듬해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현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치열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 작업 방식이자 직업관이라고 했다. 동화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책 편집자였던 지인이 '너는 동화 잘 쓸 것 같다'며 해외 동화책들을 보내줬어요. 글감의 폭이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에 결심했죠." 이후 일상을 소재로 한 동화를 넘어 한국사 동화부터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사회와 세렝게티 사자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상상력이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를 썼다. 이를 위해 늘 공부해야 했다. 푸른 사자 와니니도 10년간 기획하고 3~4년 준비 끝에 나온 작품. 그는 "영어 공부를 하며 해외 다큐멘터리와 자료를 참조해 사자의 모습을 그렸다"며 "정작 세렝게티를 직접 가본 건 1권이 나온 뒤"라고 했다.

    그는 "작가가 쓰는 일을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어려울 만큼 시도를 하지 않는 게 아닐까"라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하던 일이 손에 익으면 더 어려운 것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선 어린이책을 성인책보다 가치를 낮춰 보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어린이책을 쓰는 것은 어린이를 미래의 독자로 길러내는 일이므로 즐거운 독서 경험을 주기 위해 정말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동화 작가의 즐거움은 어린이 독자들의 깨끗한 마음과 호흡한다는 것. 그는 "와니니 이야기는 아이들과 함께 쓴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초청으로 학교에 가서 어린이 독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와니니가 앞으로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하다'는 요청이 빗발쳐 계획하지 않았던 2권을 쓰게 됐고, 그렇게 5권까지 아이들의 궁금증을 받아 쓰였다"고 했다. 앞으로 10권까지 쓸 예정이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평가도 많이 받고 비교 대상도 많아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더라"며 "그래서 '쓸모없는 아이'였던 와니니 이야기가 더 많은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와니니의 응원을 담아'라고 적는다. 그들의 성장에 대한 응원이다. 그는 "나의 쓸모를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해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까지가 성장이 아닐까요"라며 책 구절을 인용했다. "와니니는 사자였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무작정 비행기표를 예약한다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글쓰기 진도가 안 나갈 때 항공권을 끊는 습관이 있다. 가끔은 취소하지만 그러다 여행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으로 쿠바·몽골·태국·일본 등을 다녔다.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를 더해 오는 8월엔 98일간 세계 일주를 할 예정이다.

    머리 쓰는 사람은 몸도 움직여야

    발레를 4년간 꾸준히 하고 있다. 유연성도 없고 리듬감도 없지만 발레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덕분에 꼿꼿한 자세를 얻었다. 머리를 주로 쓰다 보니 몸을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음 주 학원 발표회 무대에도 선다.

    내 상상력 원천인 만화책

    한때 만화책방 주인이었으니 말 다 했다. 지금 사는 집에도 한 벽면 책장을 '만화책 코너'로 만들어놨다. 엄마를 닮아서 내 딸도 좋아한다. 황미나 작가 등의 순정 만화를 많이 봤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북해의 별' '유리가면' '굿바이 미스터 블랙'. 나중에 할머니가 돼 다시 만화책방을 차리는 게 꿈이다.
    기고자 : 김민정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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