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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아래 춤추는 '흑인 인어공주'… 알라딘처럼 관객 설득할 수 있을까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3.05.24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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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개봉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인어는 사실 유럽 발트해에도, 북아프리카 지중해에도 살 수 있다. 서양뿐 아니라 동양의 전설에도 인어는 종종 등장했고, 생김새는 각양각색이었다. 중국 고대 신화집 '산해경'에는 상반신은 중년 아저씨, 하반신은 물고기인 '저인'이 나온다. 조선 시대 문인 유몽인의 설화집 '어우야담'에도 강원도의 한 현령이 어부가 잡은 어린 인어들을 불쌍히 여겨 바다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24일 개봉하는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배경은 흑인 여왕이 다스리는 열대의 섬나라다. 디즈니는 1989년작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면서 흑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라는 비판을 받았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2023년 버전의 인어공주에선 다인종의 사람들이 코코넛과 망고를 먹고, 야자수 아래서 흑인 음악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말하자면 영화는 "에리얼이 열대 지역의 바다에 살았다면"을 전제로 한다. 이를 원작 훼손이라 본다면 영화는 끝까지 불편할 테고, 각색으로 본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한 영화다. 지금은 '원작'이라 불리는 1989년작 애니메이션도 인어공주가 거품이 돼 사라져 버리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왕자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바꾼 각색 작이었다.

    음식도 원재료가 좋으면 넣고 끓이기만 해도 평균 이상은 보장되는 법이다. 반신반의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 같은 익숙한 음악에 무장해제된다. 특히 '언더 더 시(Under the sea)'에 맞춰 돌고래·거북이 떼가 헤엄치고 형형색색의 조개·해파리들이 춤추는 장면은 경이로울 정도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작곡가인 앨런 멩컨이 새로 선보인 갈매기 '스커틀'의 걸쭉한 랩 '스커틀버트'도 귀에 쏙쏙 꽂힌다.

    '알라딘' 흥행의 1등 공신이 램프의 요정 '지니'였다면, '인어공주'엔 바다 마녀 울슐라(멀리사 매카시)가 있다. 매카시는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로 음흉하면서도 매력적인 악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하반신은 문어인 울슐라의 미끄러지듯 유연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시소와 회전하는 기계, 촉수를 담당하는 8명의 댄서를 동원했다.

    그에 비하면 주인공을 맡은 할리 베일리의 연기는 무난하기만 하다. 청아한 목소리와 노래 실력은 흠잡을 데 없으나, 순수한 에리얼의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인종을 떠나 "굳이 베일리여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영화가 끝나도 가시질 않았다.

    잊고 있었던 건 '인어공주'가 품고 있는 주제였다. 영화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과 인간을 증오하는 인어 세계의 갈등을 부각시킨다. 원작보다 더 주체적이고 강인해진 에리얼은 편견을 깨뜨리고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된다.

    처음부터 인어공주는 서로 배척하던 두 세계의 만남과 포용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화합을 노래하는 인어공주가 현실 세계에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인어공주가 이 거센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진 영화를 볼 관객에 달렸다.
    기고자 :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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