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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town] 화려한 '빛의 정원' 통영의 밤을 밝힌다

    통영=김준호 기자

    발행일 : 2023.05.24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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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과 시드니처럼 '야간 관광'으로 승부수

    지난 20일 주말 저녁 8시 경남 통영시 동호동 남망산 공원. 형형색색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조명과 디지털 영상으로 꾸며진 면적만 12만8000여㎡(3만8000여 평).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와~" 하고 탄성을 질렀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기 바빴다. 캄캄한 산책로는 음악과 함께 레이저와 조명, 특수효과가 뒤섞였다. 식물은 빛을 내뿜고, 나무엔 불빛 열매가 맺혔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반딧불도, 쏟아질 듯한 밤하늘 별도, 바다의 고래도 볼 수 있었다. 울산에서 자녀와 함께 온 이선아(36)씨는 "숲 전체가 빛과 조명으로 채워진 예술 작품 같다"며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 '디피랑'이다. 2020년 10월 문을 연 뒤 44만여 명을 불러모았다. 야간 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통영시는 디피랑을 중심으로 야간 관광 콘텐츠를 늘려 '잠들지 않는 관광도시'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피랑은 '디지털'과 비탈의 통영 사투리인 '피랑'을 합친 말이다. 디피랑은 벽화마을로 유명한 통영의 동피랑과 서피랑을 본떠 만들었다. 두 벽화마을에서 지워진 옛 벽화들이 남망산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는 게 디파랑의 주제다. 통영시는 국비 등 60억원을 들여 지난 2020년 10월 개장했다. 개장 후 디피랑에는 지난 10일까지 총 44만6388명이 다녀갔다.

    디피랑은 남망산 공원 내 산책로 약 1.5㎞를 따라 조성됐다. 숲과 나무, 바위 등에 디지털 미디어 장치를 달아 15개 테마의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였다. 단순히 사물에 조명을 밝히는 1차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홀로그램과 레이저, 프로젝션 매핑(건물 등에 영상을 비춰 현실과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예술기법), 특수효과 등 첨단 기술력을 통해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통영을 대표하는 예술가 전혁림 화백과 김종량 자개(조개류 껍데기) 장인의 작품을 재해석해 통영만의 멋도 살려냈다. 디피랑은 '2023~2024 한국관광100선'으로 선정되는 등 짧은 기간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떠올랐고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는다. 김용우 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은 "디피랑은 자연과 디지털 기술들이 조화를 이룬 한국 최초의 야간 디지털파크"라고 설명했다.

    통영은 남해안 도시 중 관광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삼도수군통제영과 '이순신'이라는 역사, 소설가 박경리·음악가 윤이상·화가 전혁림 등 예술가들의 흔적이 살아있어 문화인들에게 인기였다. 충무김밥·꿀빵·도다리쑥국·다찌(술을 시키면 안주가 딸려나오는 통영식 술집) 등 미식문화도 발달했다.

    하지만 대부분 관광객이 낮 시간대만 찾는다는 게 한계였다. 체류형 관광객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17년 735만명이 찾았는데, 1년 만인 2018년 628명으로 100만명 이상 줄었다. '100만명 쇼크'에 통영시는 새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야간 관광'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야간 관광을 하면 여행객의 평균 체류 기간이 7.2일에서 7.9일로 0.7일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야간 관광이 활성화되면 관광객 소비가 늘어 상권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이때부터 통영 곳곳을 야경으로 꾸며 나갔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선정한 '대한민국 제1호 야간 관광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동력도 얻었다. 4년 동안 총 12억원의 국비를 지원받는 통영시는 오는 2025년까지 시비를 더해 총 48억원을 들여 '잠들지 않는 도시' 만들기에 나선다. 지난 2017년부터 경남도와 함께 총사업비 335억원을 들여 친수공간으로 바꿔 놓은 통영항 강구안에서 앞으로 드론 나이트쇼도 열고, 특별 수상무대를 만들어 밤 공연도 정기화할 계획이다.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디피랑을 넘어 강구안 일대까지 야간 관광 코스를 넓혀 통영을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가겠다"며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도시 통영을 통해 지역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고자 : 통영=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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