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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어떻게 사내문화가 됐을까?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발행일 : 2023.05.23 / 기타 E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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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주목한 K-기업시민

    지난달 30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는 전 세계에서 온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전문가들로 북적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날부터 사흘간 열린 '2023 글로벌 기업시민콘퍼런스(ICCC)'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ICCC는 미국 보스턴칼리지 경영대학 산하 기업시민연구소(BCCCC)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행사다.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주체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콘퍼런스의 슬로건은 '회복탄력성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 Resilience)'였다. 제너럴모터스, 네슬레, 월트디즈니, 페덱스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 리더와 실무자 500여 명이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나눴다.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포스코, 포스코1%나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SK, SK사회적가치연구원 관계자들은 주요 세션 무대에 올라 소셜임팩트 확산 사례를 공유했다. 포스코는 울릉도 앞바다에 바다숲을 조성해 탄소중립을 앞당긴 공로를 인정받아 혁신상(Innovation Awards) 환경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 수상이다. 최영 포스코 기업시민실장은 "최근 세계에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참석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면서 "발표 현장에서 관심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직원 98%가 만드는 소셜임팩트

    "포스코1%나눔재단 설립 초기부터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봉사와 나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지금은 참여율이 98%에 이릅니다. 이 일을 담당하면서 느낀 건 직원들이 직접 나눔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행사 둘째 날이었던 지난 1일 최영 실장은 '임팩트의 성장(Grow Your Impact: Expand Your Team)' 세션에서 CSR의 가치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하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최 실장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와 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에는 111개에 달하는 사내 봉사단이 있다. 직원들은 제철소 현장에서 습득한 기술을 발휘해 도배, 농기구 수리, 전기 수리 같은 재능나눔 봉사를 한다. 봉사가 필수 활동은 아니지만 이른바 '봉사왕'에게는 회사 차원의 보상이 이뤄진다. 누적 200시간 이상 봉사 활동을 한 직원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고, 3000시간을 넘기면 대표이사가 직접 인증패와 금배지를 수여한다. 1만 시간을 넘기면 포항 본사 인근 Park1538에 마련된 명예의전당에 3년간 이름을 올리게 된다. 포스코에 따르면, 봉사 5000시간 이상인 직원은 30명이다. 매주 4시간씩 24년을 활동해야 쌓을 수 있는 시간이다.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 3만5000명은 매월 급여의 일부를 포스코1%나눔재단에 기부한다. 전체 임직원의 약 98%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재단은 직원들이 낸 기부금과 1대1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회사가 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재단이 설립된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금한 금액은 총 855억원이다. 임직원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국내 재단 중 사업비 규모가 가장 크다. 기금은 미래 세대 교육, 장애인 편의성 증대, 장애인 예술가 활동 등에 사용된다.

    최 실장은 임직원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요소로 ‘직원과의 소통’과 ‘투명성’을 꼽았다. 재단 내에 사업선정위원회를 설치해 참석 자격을 얻은 임직원 150명이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나눈다. 재단은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연차보고서에 담아 공개한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은 ‘리얼밸류(Real Value)’ 경영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다. 리얼밸류란 기업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가치로, 재무적인 성과뿐 아니라 환경·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고 원장은 “ESG 관점에서는 외부의 환경·사회적 측면을 ‘리스크’로 보지만, 리얼밸류 경영에서는 가치를 창출할 또 다른 ‘기회’로 본다”며 “이런 관점을 가지면 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분류한 리얼밸류 경영의 3단계도 소개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모든 유무형 자산을 검토하고, 경제·환경·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선별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선별된 자산을 재분석하고 결합, 강화해 가치 창출의 전체 지도를 그려본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창출한 가치를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서가 아닌 스토리 위주로 전달한다. 고 원장은 “환경·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리얼밸류는 계량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데이터 중심 보고서보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시민 경영에 ‘한류’가 분다

    포스코는 아시아기업 최초로 보스턴칼리지 BCCCC 혁신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BCCCC는 ▲소셜임팩트 체인지메이커 ▲변혁적 파트너십 ▲환경 혁신 ▲혁신의 확장 각 부문에서 혁신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포스코는 인공어초 트리톤을 활용해 바다숲을 조성하고 패각을 철강 부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해양생태계 보호 노력을 인정받아 환경 혁신 부문 상을 받았다. 포스코 사례는 BCCCC가 발행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 저널에 소개될 예정이다.

    콘퍼런스 이튿날 진행된 ‘미래 환경 트렌드’ 세션에서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온드림소사이어티’가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온드림소사이어티는 지난해 4월 재단이 사회 혁신가를 위해 서울 중구 명동에 조성한 공간이다. 록펠러재단, 링컨센터, 구글캠퍼스 등 해외 공간 플랫폼 사례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은 “온드림소사이어티 개관 1년 만에 6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며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재단은 공익 목적의 행사를 여는 단체에 무료로 공간을 대관한다. 비영리단체, 대학, 협동조합 등에서 대관을 요청해 기후위기, 인구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지난 1년 동안 총 256회, 월평균 21.3회 행사가 진행됐다. 친환경 임팩트를 창출하는 소셜벤처의 오피스 공간인 ‘임팩트 스페이스’도 있다. 최 총장은 “오피스 공간에 재생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식스티헤르츠’, 이차전지 분리막 리사이클링 기업 ‘라잇루트’ 등 소셜벤처 4곳이 입주했다”며 “입주 기업끼리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재단은 본격적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 총장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단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SK사회적가치연구원은 소셜임팩트 측정 방법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었다. 임가영 SK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측정 방법인 DBL(Double-bottom line)과 SPC (Social Progress Credit)를 소개하고 전문가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기업 재단의 임팩트 측정을 위한 학습공동체 ‘임팩트 파운데이션 러닝 커뮤니티’ 사례도 공유했다.

    오준환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SK 사례를 들며 스코프3(Scope3) 측정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에 관해 토론했다.

    최영 포스코 기업시민실장은 “이번 콘퍼런스가 한국의 기업시민 경영 성과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라고 했다. 내년 ICCC는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다.

    [그래픽] 포스코1%나눔재단 기부금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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