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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시스템헬스융합전공 교수 - 조양희 암웨이 혁신&과학 한국·일본 부사장 대담

'트렌드 코리아'가 꼽은 2023년의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 실종'이다. 평균은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기준이었지만, 초개인화되는 사회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옅어졌다.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도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는 소비자 욕구와 필요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영양·건기식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7조원(434억 달러)을 기록했고, 2030년까지 연 평균 복합 성장률이 15%로 예상된다. 이 뜨거운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 연구·개발에 앞장서는 '학계 리더' 권오란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시스템헬스융합전공 교수와 '산업계 리더' 조양희 암웨이 혁신&과학 한국·일본 부사장을 만났다.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마이랩 바이 뉴트리라이트(이하 마이랩)'를 출시하며 개인 맞춤형 건기식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한편, 권 교수가 이끄는 이화여대 기술지주회사 로그미는 최근 2023년 제1차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연연구개발사업 '스마트식품 안전관리, 빅데이터 기반 건강기능식품 등 적정 섭취 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에 선정됐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암웨이와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술 협력을 하는 에이치이엠파마(이하 HEM)도 포함되어 있다.

◇맞춤형 건기식,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와 실질적인 코칭 및 솔루션

―건기식 시장이 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의 변화는.

권오란(이하 권)='평균 실종'의 시대에 건기식도 '개인 맞춤형'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건강'이 질병 치유에 관한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웰니스(wellness)'에 집중하는 시대다.

조양희(이하 조)=건기식이 가장 발달한 미국 시장에서도 '페르소나' '해빗' 등 개인 맞춤형 영양서비스 기업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 등으로 초기 진입 단계인데, 시장 자체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2020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 '건기식 소분 판매 서비스'에 건기식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올바른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맞춤형'이라고 해도 선호도나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개인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권=진정한 맞춤형을 실현하기 위해 객관적·과학적 방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으로 보편적인 설명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것이다.

조=건기식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질병은 증상이 확실하고 의료적 도움의 영역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우리 몸은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수많은 시그널을 보낸다. 맞춤형 건기식에서 데이터와 정량화가 중요한 이유다.

―암웨이는 지난해 맞춤형 건기식 '마이랩'을 출시했다. 어떤 기술이 적용됐나.

조=마이랩은 'PMAS(Pharmaceutical Meta-Analytical Screening)' 특허 기술을 보유한 HEM과의 협업으로 출시한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이다. 기존 서비스는 대부분 마이크로바이옴 패턴 분석에 국한돼 솔루션이 부족하다. PMAS 분석은 개인의 장(腸) 환경과 유사한 '모사(模寫) 장'을 만들어 제품 반응성까지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특허 기술이다. 지금까지 마이랩으로 수집한 데이터 수가 약 3만5000개다. 출시 6개월 만에 단일기관 분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보유하게 됐다.

권=마이크로바이옴은 분석 기술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단위, 측정 방법 등이 정형화 되어야 한다. 즉, 데이터의 질(質)이 중요하다. 암웨이의 표준화된 데이터가 훌륭한 예시다.

―이화여대 기술지주회사인 로그미는 지난해 말 '로그미 라이프코칭 솔루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행 과제를 10년 수행하며 쌓인 데이터베이스에 AI 기술로 건강을 정량화한 특허 기술까지 접목했다. 네덜란드 국립응용과학연구소(TNO)와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만성질환 환자들의 공통적 기전을 정량화해 맞춤형으로 발전시켰다. 진단뿐만 아니라 목표나 행동 코칭까지 개별 맞춤형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영양학을 비롯해 다방면의 전문가가 협업하고 있다. 운동·식사·수면·마음 건강 등을 총체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일리 건강검진'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그리고 파이토케미컬

―DNA는 바꿀 수 없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생활습관·식이요법 등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이전에는 가령 '쌀밥과 현미밥 중 어느 것이 더 건강에 좋은가?'에 대해 연구했다면, 최근에는 음식 자체보다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음식도 마이크로바이옴 상태에 따른 흡수율 등의 차이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권=역으로 장 속 유익균, 즉 유산균은 우리가 어떤 식품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식품, 유산균, 마이크로바이옴, 궁극적으로 건강까지 모든 것이 연결된 셈이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식물영양소)도 빼놓을 수 없다. 필수 영양소는 아니지만, 섭취 시 건강에 좋다. 로그미와 암웨이는 파이토케미컬과 마이크로바이옴을 아우르며 연구하고 있다.

조=사람들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상태 변화를 '실시간' 느낄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 기반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권 교수는 로그미와 HEM의 기술들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우리 몸의 블랙박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산학 연구·개발 협력이 굉장히 활발해 보인다. 궁극적인 목표는.

조=암웨이 대표 제품인 '더블엑스'의 경우, 1회 연구에만 4억원 넘게 투자했고, 권 교수는 이 연구로만 논문을 4개 발표했다. 전 세계 6개국 메타분석 등 최신 기법 연구를 많이 진행했다. 이렇게 축적된 연구 데이터에 자부심이 크다.

암웨이는 앞서 나온 모든 생각을 담은 '프로젝트 99'를 준비 중이다. 삶의 99%는 건강하게 살고 질병과 싸우는 시간은 1% 미만으로 줄이자는 취지다. 삶의 질(質) 관점에서 건강을 재해석했다.

◇K-건기식이 글로벌 경쟁력 갖추려면 합리적 규제 완화 필요

―한국의 맞춤형 건기식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권=맞춤형 플랫폼 기술이 완성되면 서비스와 제품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규제가 많으면 플랫폼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까지 가는 게 어렵다.

조=건강을 의료 영역에 치우쳐 해석하면 규제가 강해진다. 현재 개별 인정형 건기식 제품에 대한 법은 있지만 제품이 결합된 서비스 관련법은 없다. 점차 다양해지는 맞춤 서비스를 기존 제도와 규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 사각지대가 생긴다. 결국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큰 틀 안에서 자유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접근 방식이다.

―건기식 등은 기사에서도 규제 때문에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권=기술이 점차 세분되고 있는데, 정보 제공의 한계로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기 어려워진다. 참 안타깝다.

조=건기식 업계가 톱모델 등 광고비로 많은 돈을 쓰고 있다. 획일화된 건기식 표시로 연구·성과 등을 부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보를 활용한 홍보'가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투자와 연구가 선순환해야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진다.

■권오란

-2022~현재: 라이프코칭 솔루션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로그미' 대표이사
-2008~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시스템헬스융합전공 교수
-1990~2008: 국립보건원/식품의약품안전청
-2001~2003: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연구원
-1978~1992: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학·석·박사

■조양희

-2016~현재: 암웨이 혁신&과학 한국·일본 부사장
-2006~2020: 한국암웨이 연구·개발 임원
-1999~2006: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품질평가센터장
-1995~1999: 한국식품위생연구원 주임연구원
-1987~1994: 독일 베를린공과대학 식품공학 박사
-1980~1986: 경희대학교 식품가공학 학·석사 기고자 : 김수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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