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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야간비행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발행일 : 2023.05.23 / 특집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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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찰 비행 중 실종된 '어린 왕자' 작가
    고독·죽음에 맞선 비행사 모습 담았죠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언덕들은 벌써 황금빛 노을 속에 골마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들판은 아직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빛으로 환했다."

    '어린 왕자'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가 1931년 발표한 '야간비행'은 비행사로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의 경험과 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생텍쥐페리는 평생 비행을 하며 글도 썼어요. 모험심도 강했어요. '야간비행'은 그가 1929년부터 몇 년간 아르헨티나 항공우편회사 책임자로 일하며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에요. 그는 여러 나라의 특파원으로도 일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공군 비행사로 정찰기를 몰았어요. 안타깝게도 그는 1944년 지중해 연안 정찰비행을 나섰다가 실종됐어요.

    책의 주인공 파비앵은 우편물 비행기 조종사예요. 남아메리카 대륙 남쪽 끝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귀환하던 중이었어요. 온화한 날씨 덕에 순조로운 비행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뇌우(雷雨)가 몰아치기 시작했어요. 천둥과 번개, 돌풍은 물론 비까지 파비앵의 비행을 방해했지만 우회할 수도 없었어요. 태풍이 진행 중이어서 앞뒤, 양옆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였죠. 소용돌이 때문에 비행기가 곤두박질치고 심지어 무전도 연결되지 않았지만, 파비앵은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혹독한 밤을 견뎌내고 있었어요.

    한편 부에노스아이레스 기항지에서는 전 항공 노선을 총괄하는 책임자 리비에르가 파타고니아·칠레·파라과이로 출발한 세 대의 우편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는 파타고니아로 날아간 파비앵의 우편기가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도 다른 우편기들의 일정을 챙기는 냉철하고 엄격한 사람이었어요. 어쩌면 리비에르의 냉정함은 파비앵처럼 위험한 순간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한 훈련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지금처럼 안전 장비가 많지 않았던 시절, 밤에 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리비에르는 자신과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뿐, 온몸과 마음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통신이 끊긴 후 파비앵은 홀로 뇌우와 싸우면서도 태풍 사이로 보이는 별을 응시해요. 하지만 밤새 연료를 소진한 파비앵의 우편기는 구름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끝내 실종되고 말아요. 그럼에도 리비에르는 다른 우편기들의 야간비행을 멈추지 않아요. 단 한 번이라도 멈추는 순간, 그간 비행사들의 노력과 모험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에는 1920년대 말 1930년대 초 우편 산업의 사회적 상황도 반영돼 있어요. 후대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고독과 죽음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기고자 :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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