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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박원순이 남긴 개들… 동물원 사육 논란

    장근욱 기자 박혜연 기자

    발행일 : 2023.05.23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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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동물 아닌데 왜

    대전오월드 동물원에 사는 5살 풍산개 남매 '강이'와 '달이'는 지난 7일 관람객에게 공개가 안 되는 동물원 뒤편으로 '거처'를 옮겼다. 강이·달이는 지난 2018년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송강이'와 '곰이'의 새끼다. 국가 소유물이라는 이유로 동물원에 보내졌다. 최근 이 개들이 거처를 옮긴 건 "동물원에 왜 야생동물이 아닌 개가 있느냐"는 관람객들 민원이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 동물원에는 강이·달이와 비슷한 상황의 개들이 적지 않은데, 동물원들이 이들을 키우면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동물원에 있기에 흔한 동물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반려동물을 왜 가둬놓느냐"는 민원이 많다고 동물원 측은 전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 직무 중 선물받은 개와 그 후손이 많은데, 국가 재산으로 분류돼 대통령 본인이 기르지 않으면 동물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맡아야 한다.

    동물원은 맡은 개를 관람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거나 산책도 비공개로 시킨다고 한다. 강이·달이의 부모인 송강이·곰이는 광주광역시 우치공원에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직접 기르다가 작년 '파양 논란' 이후 이 동물원에 오게 됐다. 둘은 관람객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사육되다가 하루 2번 동물원을 산책할 때만 공개된다. 지난 2019년 우치공원에 온 송강이·곰이의 새끼 '별이'는 산책도 비공개다. 하루 한 번 30분~1시간만 산책을 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지난 2000년 김정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우리·두리'의 후손인 '산이'와 '들이'도 있는데, 아예 산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치공원 관계자는 "동물원에서만 자라 산책을 낯설어한다"고 했다.

    서울대공원에도 송강이·곰이가 낳은 새끼 한 마리가 있다. 산책을 하지 않고 견사와 놀이터를 오가면서 지낸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평소에는 실내·외를 오갈 수 있는 6평 독채에 살다가 하루 2~3시간씩은 100평짜리 놀이터에서 사육사와 운동을 한다"고 했다. 서울대공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공관의 경비견을 맡았던 진돗개 '서울이'를 비롯해 총 12마리 개를 기르고 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나라에서 따로 예산을 지원해 주지도 않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매뉴얼도 없어 일단 맡았다는 책임감으로 기르고 있다"고 했다.

    동물원에 들어가 있지 않은 개도 드물게 있다. 송강이·곰이의 새끼인 '햇님이'는 인천 연평도의 평화안보수련원에서 기르고 있다. 수련원 직원은 "5평 견사 안팎을 오갈 수 있게 20m 목줄을 묶어두다가 매일 점심 시간에 1시간씩 수련원 주변을 산책한다"며 "수련원 관광객을 만나면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영락없는 강아지"라고 했다. 사료비·의료비 명목으로 연간 500만원의 예산이 햇님이를 위해 편성된다.

    동물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인 개의 동물원 사육을 반대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는 사람과 교감하면서 사는 반려동물인데 동물원에 방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중대형견으로 활동량이 많은 풍산개나 진돗개는 최소 하루에 한 번 산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자극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개가 한 장소에만 있으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동물 보호 단체 '카라'의 신주운 활동가는 "특히 풍산개와 진돗개는 충성심이 굉장히 뛰어난 종이면서 공격성도 있어 전담하는 견주가 있어야 안정적"이라며 "외교적 관례로 동물을 주고받는 것은 왕조 시대 때나 가능했던 일이고, 이제는 시대가 변한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행법상 국가 소유의 개들이 개인에게 분양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동물의 경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했다.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동물원의 개들은 평범한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픽] 전국 동물원의 국가 소유 개들
    기고자 : 장근욱 기자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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