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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안함서 이룬 '천안함 어머니' 소원

    노석조 기자

    발행일 : 2023.05.23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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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씨
    "우리 바다를 지키는 데 써달라"
    1억 기부로 만든 '3·26 기관총'
    새롭게 재탄생한 천안함에 탑재

    2010년 북한에 폭침된 초계함 천안함(PCC-772)에서 최신 호위함으로 재탄생한 새 천안함(FFG-826)에 '3·26 기관총' 2정이 탑재됐다. '3·26 기관총'이란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80·사진) 여사가 유족 보상금 1억원과 성금 등 총 1억898만8000원을 해군에 기부한 것과 군 예산을 더해 제작한 7.62㎜ K-6 기관총 총 18정을 뜻한다. 이 18정 중 2정이 신형 천안함에 탑재된 것이다. "영해를 지키는 데 써달라"던 윤 여사의 바람이 13년 만에 부활한 새 천안함에서도 이어졌다.

    윤 여사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천안함은 돌아왔지만, 아들은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서글픈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국가와 군이 46용사의 헌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기에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윤 여사는 지난 19일 새 천안함 취역식에 참석해 함상에 탑재된 '3·26 기관총'을 직접 살펴봤다. 윤 여사는 "막내가 태어났을 때 '평화의 기초'가 되라는 뜻으로 이름을 '평기(平基)'라 지었다"면서 "'평기야, 네가 죽어서도 서해 수호 임무를 수행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새 천안함 구석구석을 어루만졌다"고 말했다.

    해군은 당시 유일했던 천안함 관련 기부를 기념하기 위해 해상 야간 투시 장비, K-6 기관총 등을 고민하다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기관총 18정을 택했다. 해군 관계자는 "윤 여사 가족 형편이 여유 있지 않은데도 보상금·성금 전액을 군에 내놓는 애국 충정에 모두가 감동했었다"면서 "당초 '민평기 기관총'이라고 명명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청자 여사는 "46용사 모두를 기려야 한다"고 했고 해군은 이를 받아들여 폭침 발생일을 딴 '3·26 기관총'으로 명명했다.

    해군은 3·26 기관총 18정을 그간 옛 천안함과 같은 해상 경계가 주 임무인 영주함(PCC-779) 등 초계함(PCC) 9척에 2정씩 배치해 운용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퇴역한 영주함의 '3·26 기관총' 2정을 보관하고 있다가 새 천안함에 지난 3월 장착해 이번 취역식에서 그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특히 영주함은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당시 북한 어뢰정 1척을 침몰시킨 전공이 있다. 군 관계자는 "다른 함정도 아니고 영주함과 함께했던 '3·26 기관총'이 새 천안함에 이식됐기에 그 의미가 더 깊다"고 했다.

    윤 여사는 "천안함이 재탄생한 만큼 더는 천안함 좌초설·조작설 같은 음모론이 퍼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아직도 '북한이 공격한 게 아니라던데…'라며 북한 폭침을 말하는 나와 46용사 유족을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런 가짜 뉴스를 무책임하게 만들어 유포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법적 처벌도 받지 않고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고 금전적 이득까지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책임 있는 사람이 분명하게 공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천안함은 북한에 의해 폭침된 것이라고 입 밖으로 내뱉어야 한다"면서 "일전에 문 전 대통령에게 바랐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했다.

    윤 여사는 지난 2020년 '서해수호의 날' 당시 경호원의 제지를 뚫고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촉구했었다. 그는 2021년 새 천안함 진수식 때는 좌초설 주장 콘텐츠를 방치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항의로 불참하기도 했다. 윤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은 저의 요청에 '북한 소행이라고 정부가 인정하지 않습니까'라며 답했다"면서 "남 얘기처럼 말하지 않고 분명하게, 그리고 연설 등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해야 문 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들이 더는 음모론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여사와 그의 첫째 아들이자 민 상사 형인 민광기씨는 소원이 하나씩 있다고 했다. 윤 여사는 "천안함 사건이 우리 교과서에 실리는 게 소원"이라면서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악수한 것은 금방 교과서에 실리는데 북한의 천안함 폭침은 왜 안 실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건 몰라도 안보만큼은 여야, 좌우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국민, 특히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안보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교과서에 천안함이 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민광기씨는 "천안함 잔해가 평택 2함대에 전시돼 있어 사람들이 잘 못 찾아간다"면서 "3D 프린터를 통해서든 잔해 모형물을 제작해 서울 한강 등 사람들이 지나가다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해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국방이 중요한지 실감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여사는 "지난해 6월 ('호국 영웅 초청 소통 식탁'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을 때 교과서 수록 등 천안함 사건이 분명히 알려지도록 노력해 달라는 부탁을 직접 했다"면서 "야당도 천안함 사건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것에 대해선 뜻을 모아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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