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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경제전망' 하버드대 배로 교수

"제 신념인 자유무역에 반하는 말이긴 하지만, 이제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결별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국을 위협하는 국가와의 교역은 계속 줄어들 겁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의 '한국과 미국의 경제 전망' 세션에 연사로 나선 로버트 배로(Barro)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오쩌둥 이후 시장을 개방하고 정치적 자유화를 추진하던 중국이 최근에는 다시 공산국가로 회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로 교수는 "중국의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대중 무역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배로 교수는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새고전학파' 거시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배로 교수는 영국과 호주, 이스라엘 정부의 재정 관련 자문도 맡고 있으며, 포스코연구소 초청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03년엔 서울대에서 3주간 아홉 번 강의를 진행하고 5만달러를 받은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은 배로 교수가 먼저 20여 분간 발표를 한 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로 교수는 코로나 전후로 정부들이 막대한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하는 돈을 지출했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가격 수준이 12% 올랐다"며 "이는 여전히 6%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바탕에 깔려 있는 인플레이션 수준까지 고려하면, 향후 3~4년간 미국에선 매년 물가가 3~5%씩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도 코로나 전후로 많은 돈을 풀긴 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들보다는 적은 수준이었다고 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재정 지원은 GDP의 6.4%로 G20(주요 20국)의 평균 9.8%보다 낮았다. 그런 이유로 배로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한국이 꼭 맞춰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 5~5.25%, 한국은 연 3.5%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금리를 따져봐야 해요. 미국이 한국에 비해 물가가 훨씬 많이 치솟았기 때문에 실질 금리는 비슷한 수준일 것입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를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것이라고 봤다. 6·25전쟁 이후 한국은 높은 교육열과 저축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장이 세계 성장률에 수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으로의 투자는 감소하는 데다 (한국이) 중국에 예전처럼 많은 물건을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 이후 보호주의가 번지고 있어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국제 시장 환경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직된 노동 시장은 한국으로의 투자와 기업 활동을 통한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배로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노조 활동을 장려했는데, 노조가 지나치게 비대화하는 것은 전체적 분배에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노동자에게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 반열에 오를수록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지만, 최저임금을 갑자기 올리거나 노조 활동을 장려하는 것을 사회안전망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배로 교수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인도나 베트남처럼 신뢰성 높고 자유무역에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로 교수는 "애플이 더디게나마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듯, 한국도 국제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선 이민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기고자 :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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