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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된 스마트폰 시장 돌파구로

지난달 인도에 애플스토어 1·2호점을 잇따라 연 애플이 한 달 만에 베트남에 온라인 매장을 열면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베트남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아이폰 같은 애플 제품을 직접 살 수 있는 웹사이트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유럽 중심의 선진 시장과 중국을 집중 공략해온 애플이 신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인도와 동남아는 삼성전자와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기업이 장악한 대표적 '친(親) 안드로이드' 시장이다. 삼성도 본격적인 수성(守城)에 나섰다. 지난 2월 갤럭시S23 공개 행사를 열면서 런던, 샌프란시스코, 파리, 두바이 외에 싱가포르에 동남아 최초의 갤럭시 체험 매장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노태문 사장은 당시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최상의 모바일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층을 위해, 카메라·게임·연결성 등 기술의 기준을 한층 높였다"며 구애(求愛)에 나섰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차세대 시장인 인도·동남아를 두고 삼성과 애플 간 대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G·게임 등에 업고 프리미엄 시장으로 변화 중

인도·동남아는 현재 스마트폰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세가 이어지는 시장이다. 대규모 인구를 갖춘 데다,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저가(低價) 중심에서 프리미엄으로 변화하는 체질 개선까지 이뤄지고 있다.

애플은 세계 2위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균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원래 인도 시장은 중국세가 강했지만, 최근 인도-중국 간 정치 외교적 갈등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가 1위(점유율 20%)를 꿰찼다. 중국 비보(17%), 샤오미(16%)를 누른 것이다. 애플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난달 뭄바이에 첫 매장을 열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현장을 찾는 등 집중 공세를 벌이고 있다. 쿡 CEO는 지난 6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도는 1년 전 대비 두 자릿수의 매우 강력한 성장세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인도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격한 변화의 시점)에 있고, 애플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인도는 올해 중순 중국을 처음으로 꺾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다 매년 6% 안팎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고 중국 역시 주춤하는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대체 시장이 된 것이다.

동남아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동남아는 현재 1억200만명 이상의 스마트폰 게임 인구를 보유했고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라며 "저렴한 휴대폰으로 작은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 이제는 더욱 강력한 게임을 할 수 있는 휴대폰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동남아 5국(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에서도 애플은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올 1분기 기준 애플의 동남아 점유율은 7%로 선두 삼성(21%)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최근 1년 새 삼성·오포·비보 등 경쟁사들의 출하량이 일제히 줄었을 때 애플은 홀로 출하량이 18% 증가했다.

◇'탈중국' 제조 허브로도 주목

애플과 삼성의 공략 대상인 인도도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탈(脫)중국'을 가속화하는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의 핵심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라지브 찬드라세카르 인도 전자·IT 담당 부장관은 19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부문에서 상당한 성공을 이룬 애플과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노트북, 태블릿 등 다른 전자 제품의 인도 생산량을 늘리려 한다"고 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17일 1700억루피(약 2조7234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생산 기지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아이폰 생산량에서 인도의 비율은 2021년 1%에서 지난해 7%로 늘었다. JP모건은 애플이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율을 2025년 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아이폰뿐 아니라 에어팟 생산 라인을 인도로 옮길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23을 비롯해 갤럭시Z플립·폴드5 등 프리미엄 제품의 인도 노이다 공장 생산을 늘리고 있다.

[그래픽] 동남아 주요 5국 스마트폰 전년 대비 출하량 변화 / 시장 점유율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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