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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알프호른과 호른

    김주영 피아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발행일 : 2023.05.22 / 특집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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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m(알프호른)로 세계에서 가장 긴 악기… 입술로만 음정 조절해요

    지난달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서울 등 5개 도시에서 잇따라 열렸습니다. 양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여러 명 출연해 두 나라의 작품을 연주했어요.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 특별한 악기가 있었어요. 바로 알프호른(alphorn)이에요. 길이가 무려 3.6m에 달하는 알프호른은 세계에서 가장 긴 악기로 알려져 있죠. '뿌우~' 하고 귀를 울리는 음색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길이와 독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알프호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도 잠깐씩 등장했어요. 알프호른과 그 후손 중 하나인 호른에 대해 알아볼까요?

    스위스 목동이 사용한 알프호른

    알프호른은 스위스 목동이 신호음을 내는 용도로 오랫동안 사용됐어요. 목초지에 있는 소를 헛간으로 부르기 위해 불거나, 우유를 짜는 동안 소를 달래기 위해 연주하기도 했죠. 깊은 산속에 떨어져 있는 목동들이 의사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했어요. 가톨릭을 믿는 지역에서는 저녁 기도를 할 때 연주했다고도 합니다. 음악회에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상징하는 소리로 매력을 계속 전달하고 있어요.

    지금 만나는 모습의 알프호른은 16세기 초부터 만들었다고 합니다. 알프스 지방의 가파른 언덕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만드는데, 이 나무는 나이테가 촘촘해 무척 단단하다고 해요. 소나무 가운데 부분을 파내고, 겉 부분을 자작나무 껍질로 감아서 만들어요. 알프호른 끝부분은 마치 동물 뿔처럼 휘어져 있어요. 이 휘어진 부분에 받침대를 놓고 악기를 고정한 뒤 연주합니다. 약 100년 전부터 마우스피스(입으로 부는 부분)를 달기 시작했어요. 알프호른은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어요. 오직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음정을 조절하기 때문에 연주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물론이고, 여러 악기와 앙상블 연주도 할 수 있지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현악 4중주와 성악곡에서도 등장했습니다.

    호른은 알프호른의 손자뻘

    알프호른이라는 명칭에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악기가 있죠? 바로 호른입니다. 지난달 공연에서 알프호른을 연주한 두 사람도 호른 연주자예요. 그들은 알프호른이 현재 호른의 할아버지뻘 악기가 된다고 설명했어요. 강렬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다가도 어느 순간 부드럽고 달콤하게 속삭이는 매력적인 악기, 호른에 대해 알아볼까요?

    '호른(horn)'이라는 이름은 '동물의 뿔'이란 뜻이에요. 기원전부터 사냥에서 신호를 주는 용도로 사용한 악기라서 붙은 이름이죠. 호른은 17세기 초 프랑스 궁정에서 본격적으로 연주에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호른의 독특한 음색을 사랑한 바흐나 헨델 같은 바로크 시대 대가들이 오케스트라에 사용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시 호른은 지금 모습과 많이 달랐다고 해요. 단순히 관을 둥글게 말아 놓은 형태였죠. 입술로만 음정을 바꿔야 해서 많이 불편했고, 연주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다른 악기와 조성을 맞추기 위해 길이가 다른 관인 '크룩'이라는 장치를 연주 때마다 바꿔 끼워야 해서 더욱 힘이 들었죠. 이런 불편함을 해결한 인물은 호른 연주자이자 발명가였던 하인리히 슈?첼이었어요. 그는 1818년 악기에 밸브를 달아 크룩을 교체하지 않고도 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죠. 호른은 이후 여러 차례 개량을 거쳐 F 음과 B플랫 음을 기준으로 하는 두 개의 관을 붙인 모습으로 자리 잡습니다. 호른의 발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모차르트는 호른 협주곡 4곡 남겨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제를 연주하는 부분에서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솔로로 연주하거나, 다른 악기들을 도와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죠. 독주곡이나 실내악 작품 중에도 명곡이 많습니다.

    1800년 초연한 베토벤의 호른 소나타 작품번호 17은 조반니 푼토라는 연주자를 위한 곡이에요. 푼토는 오른손을 나팔에 넣어 음정을 변화시키는 '핸드 스토핑' 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초창기 인물이죠. 슈만의 1849년 작품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작품번호 70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밸브 호른을 사용해 다양한 반음계를 연주한 작품이었습니다. 브람스가 1865년 작곡한 호른·바이올린·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작품번호 40은 밸브가 없는 옛 호른(내추럴 호른)을 사용해 좀 더 부드럽고 정겨운 느낌이 납니다.

    협주곡 중에서는 모차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이 특히 유명해요.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은 4곡이 남아있는데, 모두 당시 최고 명연주자로 손꼽히던 요제프 로이트게프를 위한 곡입니다. 로이트게프는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와도 친분이 깊었죠. 모차르트는 로이트게프의 뛰어난 연주력을 살리기 위해 호른의 화려한 기술과 명랑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은 두 곡이에요. 리하르트는 그의 아버지 프란츠가 오케스트라의 호른 연주자여서 어린 시절부터 이 악기에 친숙했다고 해요. 호른 협주곡 1번 작품번호 11은 1883년 그가 18살 때 만든 초기작으로, 건강하고 솔직담백한 느낌이 모차르트의 작품을 연상시킵니다. 협주곡 2번은 무려 60년이나 지난 1943년 발표됐어요. 전작보다 한결 여유롭고 부드러운 호른의 음색이 두드러집니다.

    금관악기이지만 목관악기와도 멋진 호흡을 들려주는 호른은 참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어요. 자연을 노래하던 알프호른 소리와 함께 흥미로운 음악 여행을 떠나도 좋겠습니다.
    기고자 : 김주영 피아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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