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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든 초등생 야단쳤다고 법정 선 교사… 1년만에 무죄

    김주영 기자

    발행일 : 2023.05.22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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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 "훈육 다소 과도해도 학대 아니다"… 법조계 "검찰, 무리한 기소"

    수업 시간에 떠드는 초등학생을 야단쳤다가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40대 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장은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거나 문제 되는 행동으로 통제가 필요해 다소 과도하게 훈육했더라도 이를 아동 학대로는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초 검찰은 벌금 500만원 약식 명령과 5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해당 교사가 이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지난 1년간 법정 공방이 진행돼 왔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선 "수업 진행과 학생 지도에 필요한 교사의 제재·훈육 행위를 검찰이 무리하면서도 기계적으로 처벌하려고 했다가 패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2단독 황형주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울산의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 교사는 지난 2021년 3~7월 학생 6명에게 15차례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2022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기소한 범죄 사실을 보면, A 교사는 수업 시간에 B군이 떠들자 앞으로 불러내 다른 학생들에게 "얘가 잘못한 점을 말해봐라"라고 하면서 야단쳤다. B군이 "공부방 수업 시간에 늦을 것 같다"며 5분 일찍 하교할 수 있는지 묻자 A교사는 B군 혼자 약 20분간 교실 청소를 하게 했다. 또 B군이 질문에 답을 못 하자 "너 청각장애인이냐"고 말하고, 수학 시간에 학생들에게 "너희 이거 못 풀면 원시인 머리"라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친구와 다툰 학생 C군에게는 "선생님도 너희가 말 안 들을 땐 몽둥이로 딱 때리고 싶다"며 "애가 버릇없게 하고 막 성질을 부려도 (부모님이) 내버려두신단 말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A 교사의 교육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다소 과도하다고 해서, 이를 고의로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연필로 다른 학생 팔을 찌른 사건과, 반복적으로 다툼을 벌이는 학생(B군)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따끔한 훈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학부모에게 학교 폭력이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전해 들은 A씨로서는 그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충분한 지도와 훈계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은 또 "일부 학생은 A씨의 교육 방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고, A씨는 평소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A 교사의 '청각장애인'과 '원시인' 발언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장은 "피해 학생 어머니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청각장애인이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학생은 상담사와 대화하면서 '귀가 잘 안 들려?'라는 질문을 받았다고만 했다"고 했다. 재판장은 또 "수업 중 '원시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특정 학생을 지칭하며 비난했다고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1심 법원이 검찰이 기소했던 A 교사의 아동 학대 혐의 전체에 대해 무혐의 또는 증거가 불충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애당초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사건은 '학대'를 당했다는 학생 부모가 경찰에 고소해 형사 사건으로 번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건은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하다 보니 교사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오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A 교사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약식 기소를 하려다가 정식 재판으로 가게 됐다.

    A 교사는 이 판결 직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A 교사 변론을 맡은 박재성 변호사는 "교육 현장에선 적극적으로 학생 지도와 훈육에 애쓰는 교사들이 오히려 형사 사건에 휘말려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면서 "A 교사도 기소 후 1년 내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교총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61명을 조사한 결과 '학교 현장에서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이 69.7%로 나왔다. 이 수치는 매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A 교사는 '학부모한테 고소당한 것만으로도 내 잘못'이라며 자진해 교육청 징계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래픽] A교사 '아동 학대' 혐의 VS 재판장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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