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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은, 14년째 '가정 밖 청소년' 돌봐… 대통령 표창

    조재현 기자

    발행일 : 2023.05.20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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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대책·청소년쉼터 홍보대사

    "혼자 버려진 아이들은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일탈하고, 원조교제도 하죠. 이러다 '굶어 죽겠다' '인생 망하겠다' 하는 아이들이 청소년 쉼터로 들어와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김혜은(50)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만났던 청소년 쉼터 아이들의 얘기를 꺼냈다. 청소년 쉼터는 이혼이나 가정 폭력 등의 이유로 집을 나온 '가정 밖 청소년(가출 청소년)'이 지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김씨는 지난 2010년 한 행사에서 청소년 쉼터 아이들을 만난 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는 청소년 쉼터에서 아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오히려 자신이 인생을 배웠다고 했다. 김씨는 "보름에 한 번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어머니 아래 자란 아이들이 수두룩했다"며 "만원 한 장만 던져주고 나가면 아이들은 매끼 라면을 반쪽씩 쪼개 먹으며 살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과거 지옥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쉼터 상담을 계속했다"며 "그 상담이 작품으로 이어졌고, 그걸로 배우로 인정받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쉼터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네일아트 기계까지 가지고 다녔다. 김씨는 "손을 만져주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이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 속이야기를 많이 털어놨다"며 "부모님의 이혼이나 폭력으로 유년기 상처가 이렇게 아이들 마음속에 깊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7년 전쯤 찾았던 경기 고양시의 한 쉼터에서 만난 두 자매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두 자매는 쉼터에 오기 전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방치된 채로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먼저 쉼터로 탈출한 동생이 언니에게 "여기는 때리는 사람도 없고 선생님이 삼시세끼를 다 챙겨준다"고 설득해 함께 지냈다. 김씨는 작년 한 바자회에서 자매를 다시 만났다. 김씨는 "무기력했던 아이가 자기를 품어줬던 쉼터 선생님이 됐다는 말을 듣고 감사함과 애잔함이 가득 차올랐다"고 했다.

    김씨는 쉼터에 머무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우울증 치료'와 '인문학 교육'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건, 한류 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하는데 정신적 행복은 후퇴한다는 박탈감의 방증"이라며 "쉼터 청소년들도 어릴 때부터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부모가 부모답게 책임지지 못하는 세상"이라며 "청소년들은 투표권자가 아니라 사각지대에 있는데, 어른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이들을 올바른 성인으로 키워야 한다"며 "정부에 청소년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젊은층이 많이 보는 작품들에 더 많이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쉼터 청소년들에게 더 빠르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쉼터에서 보호 아동·청소년을 돕고, 소외된 아이들의 인식 개선 활동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 11일 여성가족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씨는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김씨는 청주MBC 아나운서, MBC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 등을 거쳐 2007년 연기자로 데뷔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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