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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하인드] KGC 잡아놓은 물고기 대접에… 오세근 서운함 폭발

    이영빈 기자

    발행일 : 2023.05.20 / 스포츠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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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인연' 박차고 왜 SK로 떠났나

    시작부터 끝까지 한 팀에서만 뛴 선수를 '원 클럽 맨'이라 부른다. 그 팀 팬들에겐 전설과 우상처럼 대접받는다. 그 선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삼는 관행도 있다. 프로농구(KBL) 오세근(36·사진)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는 2011년 안양 KGC에서 데뷔해 12년. 4번 우승을 거머쥐고 지난 시즌 우승과 함께 세 번째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도 받았다. KGC에서 17년을 '충성'하고 올해 은퇴한 선배 양희종(39·11번 영구결번) 뒤를 이을 것으로 다들 생각했다. 그런 그가 지난 18일 서울 SK로 이적을 전격 발표했다. 새 팀이 직전까지 치열하게 우승을 놓고 다퉜던 상대(SK)라 농구계가 더 놀랐다.

    ◇"조금 서운하네요"

    KGC는 지난 7일 우승을 차지한 뒤 흥분이 채 사그라들지 않았던 9일 오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오세근과 첫 재계약 협상 자리를 가졌다. 당시 계약 기간 3년에 첫해 최대(연봉+인센티브) 7억원 조건을 제시했다. 오세근보다 평가가 높지 않은 김종규(원주DB·7억1000만원)나 이승현(전주KCC·7억5000만원)의 이전 계약보다 박했다. 연봉은 스포츠 선수 자존심이다. 오세근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조금 서운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GC는 이때만 해도 오세근 속내를 정확히 읽지 못했다. 12년을 같이했으니 당연히 계속 머물 것으로 낙관했다. 되레 FA 자격을 얻은 문성곤(30)과 재계약 협상, 상무에 입대하는 변준형(27) 대체 선수를 찾는 데 골몰했다. KGC 측은 "우리는 끝까지 함께할 사이다. 조금 양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다. 양측은 지난 13일 KGC 배병준 결혼식장에서도 만났지만 오세근은 계속 '서운하다'는 입장이었고, 17일 한 번 더 만나자고 약속한 채 헤어졌다.

    ◇"워니는 내년에도 뛰나요?"

    FA 협상은 총 없는 전쟁터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정보전과 물밑 작업이 분주하다. 중앙대에서 오세근과 함께 52연승을 합작했던 SK 김선형(35)은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형, 한번 같이 뛰자'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오세근이 재계약에 난항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돌자 SK가 접근했다. SK는 오세근과 17일 만나기로 했다. 오세근과 KGC가 2차 협상을 가지기로 한 그날. 오세근은 양쪽을 만나본 뒤 결정할 요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KGC는 소문을 접하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또 다른 '집토끼' 문성곤이 수원 KT와 5년 최대 7억8000만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세근에게 뒤늦게 5년 최대 8억1000만원을 제시했다. 그게 2연속 패착이었다. 오세근은 '애초 그 정도 줄 수 있었는데 아끼려 했다'는 서운함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KGC 관계자는 "그때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던 것 같다"고 했다.

    ◇"실망과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그다음 만난 SK는 3년 최대 7억원을 제시했다. KGC 최초 제안과 같았다. 그런데 이번엔 오세근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그 자리에서 '(외국인 선수 MVP) 자밀 워니(29)는 계속 뛰느냐' 같은 내년 시즌 전망을 많이 물었다 한다. 오세근은 5번째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김선형과 워니가 건재한 SK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18일 오세근은 KGC 사무실을 찾아와 "팀을 옮길 기회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농구를 해보고 싶다"면서 작별을 통보했다. 그리고 SK와 3년 최대 7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오세근은 소셜미디어에 "(KGC와) FA 협상을 하며 큰 실망과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끝에 SK로 이적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곳에서 받은 응원과 함성, 사랑은 항상 간직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남겼다.

    KGC는 2012년 박찬희(36), 2014년 김태술(39), 2017년 이정현(36)과 FA 협상에서도 비슷한 실패를 반복한 바 있다. KGC 관계자는 "왜 이렇게 흘러갔는지 스스로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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